올해 상반기 서울에서만 20조원 규모 ‘정비사업 수주전’이 벌어진다. 삼성물산이 최근 용산구 한남4구역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어 서초구 신반포4차, 방배15구역,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 잠실우성1~3차 등 공사비 1조원이 넘는 대형 재건축 시공사 입찰이 1~2주 간격으로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이 3~4년 뒤 착공하는 정비사업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남→반포→개포…‘조 단위’ 수주전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내 시공사 선정이 예고된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29개 사업지로 집계됐다. 추정 공사비만 20조500억원에 달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공공과 민간개발에서 먹거리가 줄어든 상태”라며 “각자 수주액을 확보하기 위해 정비사업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빅매치였던 용산구 한남4구역은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결정했다. 총공사비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은 조합원 100% 한강 조망과 특허출원한 원형 주동, 국내 최대 규모 커뮤니티 등을 내세웠다.
수주전은 한남4구역에 이어 강남으로 이어진다. 신반포4차 조합은 다음달 5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지난달 20일 설명회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6개사가 참여해 입찰의향서를 제출했다. 고속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신반포4차는 1402가구를 헐고 지상 최고 49층, 1828가구로 재건축하려고 추진 중이다. 입지 여건도 좋지만 공사비가 3.3㎡당 950만원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달 27일엔 서초 방배 재건축 마지막 주자인 방배15구역이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다. 지하철 2·4호선 사당역과 4·7호선 이수역이 가깝다. 지하 3층~지상 25층, 1688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잠실우성1~3차와 개포주공6·7단지는 각각 3월 4일과 3월 12일 시공사 입찰을 마친다. 잠실우성1~3차는 공사비 1조6198억원, 개포주공6·7단지는 1조5139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잠실우성1~3차에선 삼성물산과 GS건설이 맞붙고, 개포주공6·7단지에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2차전을 치를 전망이다.
서래마을·송파 가락 등도 시공사맞이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인접한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도 시공사가 눈여겨보는 현장이다. 지상 35층, 1500여 가구에서 49층, 1854가구로 정비계획을 변경해 사업성을 끌어올렸다. 건설사는 사업지 면적 대부분이 준주거지와 일반상업지역으로 이뤄져 있어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내년 도시기반시설 공사를 시작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수주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등이 수주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서초구 방배7구역, 송파구 가락1차현대, 대림가락, 송파한양3차 등이 올해 1분기 시공사를 맞는다. ‘전통 부촌’인 서초구 서래마을 원효성빌라 재건축, 4호선 숙대입구역 인근 용산구 청파1구역도 대기 중이다. 원효성빌라는 가장 작은 가구가 전용 175㎡인 고급 주택이다. 1 대 1 재건축을 추진하다가 29가구(전용 84㎡)를 추가해 132가구를 짓는다. 대우건설이 수주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남5구역도 다음달 15일 조합 집행부 선거가 마무리되면 2분기 시공사 입찰에 다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 2차 입찰 모두 DL이앤씨의 단독 입찰로 유찰됐다. 입찰 방식을 놓고 수의계약과 경쟁입찰로 이견이 있지만 DL이앤씨의 수주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이 공사비와 브랜드 파워, 단지 차별화 등을 고려해 시공사 선택에 나서고 있다”며 “시공사 선정을 전후해 아파트 가격이 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이인혁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