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강북지역 역세권 복합개발 사업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서울 악성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603가구를 기록하며 한 달 만에 523가구에서 15.3% 늘었습니다. 2013년 664가구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열풍에서 인기가 높았던 서울 청약이 외면받는 배경에는 줄어든 시세차익 기대감이 있습니다. 지난해 강동구 '그란츠 리버파크'는 전용면적 84㎡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4억원 높은 19억4900만원으로 책정해 미분양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최근 노원구의 광운대 역세권 복합개발 대표단지인 '서울원 아이파크'도 청약에서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비싼 분양가로 인해 일부 대형 면적에서 계약 포기가 이어지면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싼 현상은 경기도나 인천, 지방에서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부산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356만원으로 올랐습니다. 2021년 1526만원에 비해 54.4%나 급등한 가격입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경남과 전북도 평균 분양가가 전월 대비 4.6%, 3.4% 상승했습니다.
결국 높은 분양가로 인해 서울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강남 3구나 용산 정도만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입주할 때 시세차익을 노리고 청약하기보다 좋은 위치의 대단지 새 아파트에 살고 싶은 분들이 시세차익을 바라지 않고 청약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올해는 공사비가 더 오를 전망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IMF 및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1450원대에서 유지되고 있는데, 기준금리가 인하되거나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되면 더 오를 것 같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이에 따라 수입 건설 원자재 가격이 한층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기준 강화와 층간소음 기준 미충족 시 준공 승인 불허, 3㎜ 이상 비 오면 콘크리트 타설 금지 등의 규제로 인해 공사비는 더 오를 예정입니다. 인건비 상승도 계속됩니다.
결국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싸지면서 지방에서는 아파트 공급 자체가 급감하고,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우려가 확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들이 부동산 시세차익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난 셈입니다. 건설사들도 마케팅 전략을 바꿔야 하고, 개인들도 투자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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