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동작구 등 서울 서부권 주요 재건축·재개발 구역에서 최대 층수를 49층 이하로 짓는 단지가 늘고 있다. 일부 구역에선 60층으로 지을 수 있는데도 오히려 층수를 낮추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50층을 넘어가는 초고층 아파트는 각종 건축 규제를 받는 데다 공사비가 증가하고 사업 기간도 길어져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고 70층을 짓는 강남구 압구정동 등과 다른 흐름이어서 관심을 끈다.
목동14단지, 60층→49층으로 선회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양천구 목동14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최근 서울시에 최고 60층에서 49층으로 낮춘 내용의 신속통합기획 2차 자문회의 조치계획을 제출했다. 총 3100가구인 이 단지는 지난 4월 최고 층수를 35층에서 60층으로 높이는 내용의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목동 14개 단지 가운데 유일하게 고도 제한을 받지 않아 초고층 아파트로 예상됐다. 하지만 6개월 만에 층수를 낮췄다. 목동 14단지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주민 설문조사에서 최고 60층 계획에 일부 젊은 층을 제외한 주민 대부분이 부정적이었다”며 “사업 기간이 오래 걸리고 공사비도 40%가량 늘어나는 게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비계획을 공개한 5개 목동 재건축 단지도 모두 40층대를 선택했다. 목동 4·6·8·13단지가 최고 49층으로 정비계획안을 발표했다. 목동12단지 역시 기존 15층 1860가구에서 최고 43층 2788가구로 탈바꿈하는 ‘재건축사업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안’에 대한 주민공람을 시작했다. 목동의 한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압구정이나 성수동, 여의도 같이 고층 조망이 중요한 한강변 인접 단지와 달리 50층 이상은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동작구에서도 49층 이하로 재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노량진1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임시총회를 열고 사업시행인가 당시 최고 33층이던 기존 설계안을 최고 45층으로 바꾸는 촉진 계획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노량진 2구역도 29층에서 45층으로, 3·4구역도 각각 30층에서 35층으로 촉진 계획을 변경했다.
공사비 증가와 공기 연장 부담
주요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49층 이하로 지으려는 이유는 초고층 건물 규제에 따른 비용과 시간 문제 때문이다. 건축법 시행령 제2조에 따르면 층수가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m 이상인 초고층 건축물은 피난층 또는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계단과 직접 연결되는 피난 안전 구역을 최대 30층마다 1개소 이상 설치해야 한다. 분양 수익 없이 한 층을 더 짓는 게 사업성을 낮춘다는 지적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도 지난해 6월 층수를 기존 56층에서 49층으로 낮췄다. 시범(65층), 한양(54층), 대교(59층), 진주(58층), 삼부(56층) 등 인근 단지가 모두 초고층 아파트를 선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업 시행을 맡은 신탁사가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초고층을 올릴 경우 공사비가 급증해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50층보다 높게 지으려면 각종 특수설계와 초고층 건축물 허가 등으로 공사비가 40%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상 30층 이상~ 50층 미만(높이 120~200m)의 고층 건물은 이 같은 재난관리 규정을 받지 않는다. 성동구 성수동 랜드마크인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가 최고 49층에 높이 199.9m로 지은 이유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초고층 재건축은 안전 심의 강화로 설계 비용 등이 추가돼 3.3㎡당 공사비가 40층대는 평균 30%, 50층을 웃돌면 40%가량 늘어난다”며 “한강변 조망권 프리미엄이 없는 지역은 분담금만 늘어날 뿐 초고층 메리트가 작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