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지역 빌라(다세대·연립주택)가 감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도시정비사업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8·8 주택공급 확대 방안’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부동산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법원에서 이뤄진 주거 경매 가운데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가장 높았던 매물은 서울 중랑구 중화동의 한 다세대 주택으로 나타났다. 전용면적 43㎡인 이 주택은 감정가 2억1800만원에 경매에 나와 3억9638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82%에 달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최고 낙찰가율(132%)을 크게 넘어섰다. 응찰자만 35명이 몰려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빌라는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의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로 모아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모아타운’ 대상지에 속한 매물이었다.
지난달 20일 동작구 상도동의 36㎡ 빌라도 9명의 응찰자가 몰리며 감정가(3억2400만원)보다 31% 비싼 4억2330만원에 낙찰됐다. 이 빌라 역시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주택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된 ‘상도15구역’ 안에 있는 물건이었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경매 매물이 급증하는 가운데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빌라로 경매 수요가 몰리고 있다. 지지옥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경매 낙찰가율 상위 10건 중 9건이 모두 재개발 구역에 있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8·8 대책이 빌라 투자 수요 및 실수요를 유입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제정할 예정인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에는 정비사업의 단계별 계획을 통합하고, 재건축 조합 설립 요건인 주민 동의율을 현행 75%에서 70%로 완화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빌라로 대표되는 비아파트 수요를 살리기 위한 방안도 나왔다. 청약 때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비아파트 범위를 종전 전용면적 60㎡ 이하, 공시가격 수도권 1억6000만원(지방은 1억원) 이하에서 전용 85㎡ 이하, 공시가격 수도권 5억원(지방 3억원)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8·8 대책에 나온 재개발 촉진과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 방안이 빌라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