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제도

"피해 주택에 살기 싫다" 전세사기대책 정부・야당 양립 안되나

2024.05.30 09:43
주택도시기금을 사용해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이른바 '선 구제 후 회수' 법안을 불리는 해당 법안은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안(거부권) 행사로 자동폐기됐다.

개정안을 두고 맞선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여당은 30일 개원한 22대 국회에서 다시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도시기금 사용 두고 엇갈린 의견
민주당은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핵심으로 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관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임차인을 구제하고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는 게 핵심이다.

개정안의 핵심이 선구제 후회수 방안으로 불린 이유는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기존 특별법만으로 피해자들의 실질적 피해 회복이 어렵다는 데 우려했지만 정부와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국토교통부는 회수 불가한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에 최대 4조원의 주택도시기금이 투입된다는 것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청약저축과 주택구매 시 발행되는 국민주택채권 발행액 등으로 조성된다. 여기에 손을 댈 수는 없다는 것.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 서민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저축한 청약통장으로 조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할 부채성 자금이자 국민이 잠시 맡긴 돈으로 피해자를 직접 지원하면 손실은 고스란히 다른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며 거듭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는 본회의 하루 전인 지난 27일 오후 5시 민주당 법안에 반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존의 특별법을 추가 보완한 지원책을 긴급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 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피해자로부터 양도받아 경매에서 낙찰받고 감정가와 낙찰가 차익을 피해 지원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정부・여당의 피해 지원 방법에는 상충하는 면이 있어 결론을 짓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논의는 30일 개원한 22대 국회에서 논의가 지속될 전망이다. 국토부도 22대 국회에서 다시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상태다.
"모든 피해자 지원, 전부 다 못해"
민주당이 제안한 선구제 후회수에 반대하는 이들은 "세상의 모든 피해자를 정부가 돈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용도에 맞지 않는 사용인 데다 누적 손실이 부메랑이 돼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한다.

전국 1만7000여명에 달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논리와 이를 반박하는 정부와 국민의힘 사이에는 접점을 찾아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가 내놓은 대안과 선구제 후회수 가운데 각자의 상황에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며 빠른 피해 복구를 주장하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지난 27일 정부 발표 직후 논평을 내 "정부 대책안과 특별법의 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양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 대책대로 지원받기 원하는 피해자와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각해 선구제를 희망하는 피해자가 특별법에 따라 각자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피해자가 피해 주택에 계속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 주택에서 거주하라는 정부 방안 외에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도 이들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매입임대는 비싸게 살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정부 재정이 많이 투입될 것"이라며 "전세사기 피해자 가운데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 위주로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야당이 추진한 개정안과 정부 대안을 구분하지 않고 폭넓게 수용해 양립해야 다양한 피해 지원이 가능하고 혼란을 줄일 수 있다"며 "정부도 대안 제시를 통해 피해자 지원에 의지를 보인 만큼 야당의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만을 고수해선 안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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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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