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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 평가액 2년새 5000억 '쑥'…보상비 평균 44억

2024.05.16 15:27

서울 강남 최대 규모 판자촌 개발사업인 개포동 구룡마을 보상비가 2년 새 5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주변 고가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땅값이 뛴 데다 최종 감정평가에서 서울시 추천기관이 제외된 게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박승진 서울시의회 의원과 서울주택공사(SH) 등에 따르면 개포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개포동 567번지 일원)에 대한 용지비는 1조2456억원으로 추정됐다. 2022년 탁상감정(현장조사없이 전산 등을 통한 평가)을 통해 추산된 7300억원에 비해 5156억원이나 증가한 규모다. 전체 용지비 가운데 토지보상비는 총 1조1043억원으로 정해졌다. SH 등이 보유한 공유재산을 제외한 사유지 보상비는 1조246억원이다. 구룡마을 토지소유자가 231명인 것은 감안하면 평균 보상액이 44억원에 달한다. SH 관계자는 “개별 보상비는 어떤 땅을 소유했는지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라며 “구체적인 보상비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구룡마을 용지비와 보상비가 크게 늘어난 것은 최근 몇 년 새 땅값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구룡마을 인근에는 디에이치아너힐스,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등 고가 신축 아파트들이 잇따라 입주했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의 전용 84㎡ 매매가는 28억원에 달한다.

감정평가 방식때문에 보상비가 더 늘어났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초 구룡마을 토지평가 방식은 서울시와 SH, 토지주가 각각 1곳씩 추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토지주들이 “서울시와 SH는 한 몸”이라며 장기간 민원을 제기하자 뒤늦게 서울시가 제외됐다. 이번 감정평가에서 토지주가 추천한 곳과 SH가 추천한 곳의 총 감정평가 액수 차이는 8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승진 시의원은 “민원 제기로 서울시 추천기관이 빠지면서 결국 서울시민들의 세금으로 몇몇 토지주에 내줘야 하는 보상금이 늘어난 것”이라며 “서울시 추천을 빼는 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세금을 아끼고 SH가 공사채를 덜 발행했을 수 있는 결정을 했어야 맞다”고 지적했다.

보상비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30여년간 지지부진했던 개발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개발 면적이 26만7466㎡에 달하는 개포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은 SH가 수용방식으로 진행한다. 자연녹지를 2종 일반주거 및 준주거지역 등으로 종상향해 사업성을 높였다. 시는 애초 아파트 2838가구(임대 1107가구·분양 1731가구) 등으로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3600가구 넘는 대단지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와 SH는 올 연말까지 이주와 철거를 모두 마치고 내년 착공한다는 목표다. 원만한 협의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제 수용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한편 개포 구룡마을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철거민들이 자리 잡으면서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이다. 최초 계획 수립 이후 13년간 개발 사업이 표류하면서 비닐, 판자, 부직포 등으로 지어진 구룡마을의 특성상 화재 등 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이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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