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

무피에도 안 샀는데 신고가 행진…'공급 폭탄' 동네 대반전

2024.05.14 10:18

공급 폭탄의 대명사였던 인천 검단신도시의 집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검단신도시가 자리 잡은 서구도 올해 인천에서 유일하게 집값이 상승한 지역으로 거듭났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 서구 당하동 검단신도시 '신안인스빌 어반퍼스트' 전용 84㎡는 이달 5억7000만원(24층)에 팔려 신고가를 썼다. 이 아파트는 올해 들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분양가와 비슷한 4억원대 거래되던 신안인스빌 어반퍼스트 전용 84㎡는 지난 2월 5억5500만원(16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고 4월에도 5억6700만원(13층)으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그리고 약 2주 만에 다시 신고가를 쓴 것이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 단지의 실거래 내용이 검단 신도시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별다른 눈길을 받지 못하다가 올해 들어 수요가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당하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청약은 인기가 많았을지언정 검단에 위치한 기존 아파트를 사겠다는 수요는 많지 않았다"며 "신안인스빌 어반퍼스트 역시 지난해에는 무피(프리미엄 없음) 수준에 나온 매물을 찾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들어 매매 시장도 분위기가 반전됐다. 서울 전셋값이 오르면서 강서구 등지에서 집을 보러 오는 분들이 늘었다"며 "전세 세입자가 2년 만기를 맞아 집값이 더 오를 것 같다고 매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급 폭탄에 '무피' 시달렸는데…올해 신고가 릴레이
검단신도시가 위치한 인천 서구 아라동, 원당동, 당하동 등에서는 올해 들어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원당동 '파라곤보타닉파크' 전용 84㎡가 지난 2일 6억800만원(14층)에 손바뀜되고 인근 '로제비앙라포레' 전용 79㎡도 7일 5억3000만원(4층)에 팔리는 등 이달에만 벌써 4건의 신고가 거래가 등장했다. 2월 25건, 3월 24건, 4월 9건 등 신고가 거래가 꾸준히 발생하는 추세다. 아직 4월 거래의 신고 기한이 남은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 신고가 거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검단신도시의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호우금푸' 가격도 전고점을 넘어서거나 바짝 다가서고 있다. 호우금푸는 검단신도시 정중앙에 자리 잡은 '호반써밋1차', '우미린더시그니처', '금호어울림센트럴', '푸르지오더베뉴' 등 4곳을 이르는 표현이다.

원당동 우미린더시그니처 전용 84㎡는 지난 10일 7억5500만원(20층)에 팔려 신고가를 썼다. 금호어울림센트럴 전용 84㎡도 지난달 7억4000만원(6층)에 거래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호반써밋1차 전용 84㎡는 지난 3월 6억9500만원(20층)에 거래되며 전고점 6억9700만원(20층)에 근접했다. 푸르지오더베뉴 전용 84㎡도 지난달 7억1500만원(25층)에 팔려 전고점의 약 90%에 도달했다.

검단신도시는 '공급 폭탄'의 대명사로 집값이 약세를 보이던 지역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검단신도시 입주 물량은 2만4993가구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인천 서구 입주 물량 4만2769가구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검단신도시 공급 폭탄은 인천 집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도 지목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다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검단신도시가 위치한 인천 서구 집값은 올해 0.13% 올랐다. 인천 집값은 0.27% 하락하고 '인천의 강남'이라 불리는 송도가 있는 연수구 집값도 0.19% 내렸다. 미추홀구(-1.05%), 계양구(-0.45%), 중구(-0.44%) 등 나머지 자치구 집값도 모두 내리면서 서구는 유일하게 상승한 지역으로 거듭났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검단신도시 집값 상승의 이유를 교통 호재에서 찾고 있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지난 1월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 중재안을 내놓으며 지하철 5호선의 검단신도시 연장을 공식화했다. 여기에 내년 5월로 예정된 인천지하철 1호선 연장 개통도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지하철 연장 확정 호재"…"서울 전셋값 수준 가격도 한 몫"
원당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중재안에 대한 주민 반발과 별개로 지하철 5호선이 검단에 들어온다는 사실은 확정된 셈"이라며 "발표 이후 서울에서 적지 않은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개업중개사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다소 막연한 느낌이 있지만, 당장 내년이면 인천지하철 1호선이 연장돼 역세권으로 거듭난다"며 "교통 여건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단은 그간 공급 폭탄으로 가격이 저렴해진 상태였고, 서울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으로 부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9785만원이었다. ㎡당 평균 전셋값은 716만원으로, 전용 84㎡라면 7억5000만원 안팎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 돈이면 검단에서는 같은 면적의 내 집 마련이 가능한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그간 검단에서 문제가 됐던 공급 과잉 문제가 다소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신고가가 나오는 것은 그간 내렸던 집값의 기저효과로 봐야 한다. 고금리 부담이 여전한 만큼 상승을 점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검단은 그간 가격이 하락했던 지역"이라며 "서울 전셋값이 오르고 교통 여건이 개선된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갈아타는 수요가 늘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서울 전셋값을 넘어서는 상승을 이어가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오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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