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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임대사업자의 혜택은 줄고 책임은 늘어난다 임대사업자 보증보험 의무 가입이라는 짐 추가 규제보다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좋다

 

“탑층이라 그런지 작은 방 천장에 습기가 차서 곰팡이 자국이 있네요. 세입자가 입주 전에 벽지랑 장판 교체해 줄 수 있냐고 그러네요”

 

“선생님, 저희가 전세로 내놓은 가격이 얼만데 도배 장판까지 해달라고 하면 안 되죠. 임대사업자라고 모든 걸 다 해드릴 순 없네요.”

 

“그럼 내놓은 가격에서 끝다리만 빼주면 안 될까요? 저도 중간에서 뭔가 조율을 한 티는 내야 하잖아요~”

 

“선생님, 저희가 처음에 내놓을 때 단독 중개로 맡기면서 저희는 무료로 중개해 달라고 했는데 50%만 받겠다고 하셨잖아요. 저희는 이 가격으로 선생님께만 내놓은 것만으로도 저희가 해드릴 건 다 한 거 같네요.”

 

작년 연말에 이어서 새해에도 전세 재계약 건과 함께 새로운 세입자를 맞이해야 하는 계약 건이 있었습니다.

 

전세가가 한창 떨어졌을 때보다는 그나마 회복되어서 임대사업자로 인해 묶여 있는 저희 아파트 전세가격이 시장에서 메리트는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위 대화는 시흥 목감에 있는 아파트의 세입자가 나간다고 연락이 오고 부동산에 물건을 내놓은지 하루만에 새로운 세입자를 찾은 상황이었습니다. 세입자분에게는 조금 냉정하게 보일 수 있지만 현 시장 전세가 대비 저희 물건이 거진 1억 정도가 낮으니 조금은 기세(?)를 부려 내놓은 가격으로 하루 만에 계약이 되었습니다. 

 

사실 임대사업자 물건이라고 해서 중개 수수료를 깎아 줄 필요는 없습니다. 비용을 줄이고 싶은 임대인의 바람일 뿐이죠. 그리고 들어오실 세입자분께서도 낮은 전세가격에 굳이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도 시장에 맞는 가격만큼 높게 내놓아서 세금이나 수수료 등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습니다. 하지만 혜택을 받은 만큼 임대사업자가 지켜야 할 책임을 이행하고 있을 뿐이니깐요.

 

전세 시장의 안정을 위한다는 목적 아래에서 고정된 전세가를 지켜야 하는 것에 그리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다 돌려 드려야 할 빚과 같으니 낮게 가져갈수록 부담이 덜 되겠지요. 그리고 가격이 낮은 만큼 시장에서 거래가 빨리 되니 임대인에게도 좋은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요즘에는 전세 계약을 할 때마다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임대사업자 보증보험 의무 가입입니다.

 

매 계약 때마다 임대인이 보증보험 가입을 챙겨야 하고 심지어 내가 받은 보증금을 내 돈을 내고 보증을 위한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입자에게 좋은 조건으로 전세를 제공하고 임대사업 기간 동안에는 보증금을 5%밖에 올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천재지변 수준의 사정이 없는 한 세입자를 내보내지도 못합니다. 물론 매매도 자유롭지 않아 환급성이 매우 떨어져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에서도 지난 정부에서는 더 많은 책무를 임대사업자에게 부과하였습니다. 임대보증금에 대한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그 비용을 임대사업자와 임차인이 75:25 비율로 지불하게 한 것이죠.

 

물론 여러 가지 미가입 조건이 있어 임대사업자 모두가 보험료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지켜야 할 책무가 늘어난 것과 지불해야 할 비용이 늘어났다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이죠. 정말로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임대사업자라는 제도를 만들었는데 의무를 지고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의무를 짊어지게 하다니요. 특히 전세사기를 저지른 범인들이 임대사업자가 아닌데도 말이죠.

 

 

이번 주에 가입할 보증보험료를 계산해서 세입자분에게 얼마를 내야 한다고 전달하면서 작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설명을 하면서 답답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생각이 들더군요. 의무자에게 책임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두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의무를 지키기 위한 설득까지 의무자가 해야 하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가 보유한 아파트 중 임대사업자가 등록된 물건들은 향후 몇 년 후면 의무 기간이 만료되어 일반 물건으로 변경될 것입니다. 그 시점에 저희가 만족할 만한 가치로 성장되어 있으면 매도를 할 것이고, 그렇지 않고 계속 보유해야 한다면 새로운 세입자들을 또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과 다를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임대사업자의 책무를 지키면서 임대보증금까지 낮게 가져가야 하지만, 의무 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의무도 없을뿐더러 가격 측정의 자유까지 생길 테니까요.

 

앞으로는 경제 상황이 상황인 만큼 더 많은 규제를 하기보다 기존의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가는 것에 방향이 맞춰지지 않을까 합니다. 임대인 자격이라는 이유 하나로 불편해지지 않을 날이 오길 바라면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