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장
2023.12.15 11:00
지방은 아이폰, 서울은 키즈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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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이 초등학생인데 주변 친구들 중에 아이폰 안 쓰는 친구가 없어. 아니 핸드폰이 일이십 만 원 하는 것도 아닌데 기본이 아이폰15라고 하니 애들 손에 백만 원 넘는 기기를 쥐여 준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근데 다들 사주는데 우리 딸만 안 사주면 뭔가 부족해 보이고 못 어울릴 것 같아서 이번에 아이폰이랑 워치까지 사줬어. 등골이 휘겠다 휘겠어.”
얼마 전에 예전 직장 동료들 모임이 있어 지방에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살아가는 방식과 사는 지역이 각기 달라 공통점이 많지 않았지만 역시 육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졌습니다.
그중 하나가 '아이들 휴대폰을 언제 사줘야 하는가?' 또는 '어떤 휴대폰을 사줘야 할까?' 라는 주제를 가지고 의외로 진지한 토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앞에 언급한 지인의 대화처럼 요즘 아이들이 들고 다니는 휴대폰 수준을 이야기하면서 특이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지방 택지지구에 살면서 대기업을 다니는 지인들의 경우 대부분이 아이들에게 좋은 휴대폰을 사주고 있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아이폰을 쓰지 않으면 왕따를 당한다는 말들도 있던데 정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까지 아이폰 최신 시리즈를 사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서울 또는 경기도에 살고 있는 지인들은 아이들의 휴대폰 수준에 대한 대화에 겉도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니 왜 그런 걸 사주지? 라는 분위기였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이 아이폰15를 사달라고 조르고, 그에 맞춰서 부모가 사줬다는 이야기에 벙찌긴 했으니깐요.
“우리 애들은 핸드폰을 최대한 늦게 해주려고 했거든. 어차피 부모가 픽업 다 하면서 케어하는데 애들이 무슨 휴대폰이 필요할까? 피치 못해 정말 휴대폰을 해야한다면 키즈폰 해주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 애는 아직 키즈폰 쓰면서 필요할 때 전화와 문자만 딱 하거든. 어차피 미디어는 집에서 티비나 태블릿으로 접하면 되니깐.”
서울에서 사업을 하면서 여유 있게 사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격하게 공감하였습니다. 아이들이 휴대폰의 기능을 다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필요한 기본적인 소통만 할 수 있다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다 떠나서 이런 고가의 상품은 스스로 그 가치를 알 수 있을 때 접하는 게 맞지 않나 싶었습니다.
이러한 토론을 지켜보는 동안 저는 모임에 참석하기 전 기차에서 찾아보았던 이 지역의 아파트 시세가 떠올랐습니다.
이곳 택지지구 주변에는 대기업 제조 공장이 많아 직장인들이 출퇴근을 하는 배드타운으로 형성되어 있었으며, 아파트들의 시세는 국평 기준으로 3억 원 언저리였습니다. 경기도 아파트 평균이 6억 원 수준이고 살만한 곳은 10억 원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는 사실과 비교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의 시세였습니다.
이 정도라면 대기업 직장인 월급으로 아주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수준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만약 3억 원 아파트를 빚이 없이 자가로 소유하고 대기업에서 월급을 받으며 1~2명의 자식을 키운다면, 아이들에게 아이폰 하나씩 사줘야만 하는 사건(?)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설령 아파트를 60% 대출 끼고 매수하였다고 해도 매월 내는 이자의 수준은 금리 5% 기준 75만 원 정도 이기에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말입니다. 서울 또는 경기도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 않을까요?
아직도 자가를 가지지 못하고 전세를 살면서 평균 6억 원이 넘는 아파트 자가를 소유하기 위해서 하루하루 여유롭지 않은 삶을 살면서 노력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물론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지만 의식주 중에 ‘주’라는 중요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치와 같은 부분은 자제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 6억 원의 자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도 더 나은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 직장과 더 가까운 곳으로 아님 더 나은 교육환경을 자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더 좋은 ‘주’를 추구할 것입니다. 이것은 지방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는 너무나 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이어서 한가지 경험을 추가해 보면, 작년 겨울에 잠실 엘리트 아파트 매수 검토를 위해 임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그래도 알아주는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한가지 느낀 점이 있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용인 수지보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더 심플(?)하게 느껴졌습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입고 다닌다는 몽클레어 점퍼는 보이지도 않고 심지어 끌고 다니는 유모차도 좋은 브랜드의 것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엘리트 아파트들의 집값이 저희 지역 아파트보다 더 높기에 눈에 보이는 삶의 수준도 더 높을 것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낀 것은 여유로움과 엘레강스함이 아닌 '더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였습니다. 잠실에 살면서 그 삶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닌 여기서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동네 분위기를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너무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판단한 걸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고 너무 억지로 끼워 맞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각을 돌려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안정적인 의식주에 안주하고 있는 사람과 더 나은 의식주를 지향하고 있는 사람과의 삶의 질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내 수준에 맞는 주거를 해결해 놓고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을 받으면서 매일 살아가는 삶은 편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축적하고 그러기 위해 더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갈 동기부여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죠. 눈앞에 ‘주’가 해결되어 있으니 ‘의’와 ‘식’에 더 신경쓰기 바빠질 테니깐요.
저도 한 번씩 보유한 모든 자산을 팔고 지방에 전원주택 하나 지어 내려가 살까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소소하게 사업하면서 있는 돈 쓰면서 살면 크게 문제없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김여사의 한마디로 저의 꿈은 바로 무산되었습니다.
“여보, 그렇게 살면 행복해? 우리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먹고만 살기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며 살아온 게 아니잖아.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아이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면서 우리도 성장하는 삶을 사는 게 목표였잖아. 지금보다 더 올라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에 더 안주하려고 하면 못써!”
오늘도 저는 서울 좋은 지역에 좋은 집 하나 지어 가족과 함께 지내는 그림을 머릿 속에 그려보며 더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다짐했답니다. 여러분들도 현재 안주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아니면 더 나은 삶을 지향하면서 어떠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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