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욱

2023.10.30 11:00

정책

투자 시대의 끝이 보이는 이유

Summary

  • 주식/부동산 등 위험자산을 투자할 때는 안전자산 대비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받아
  • 주식/부동산의 수익률 대비 예금/채권 수익률이 더 높은 구간에 진입하면서 리스크 프리미엄은 제로
  • 1980~2021년 저금리발 대 투자시대의 종료 임박. 2022년부터는 달라진 환경을 고려해야

 

2023년 연말로 가면서 투자 환경이 점점 더 척박해지고 있다. 9월 미국 연준의 FOMC 이후로 시장금리가 재반등하기 시작했고, 한국의 10년 금리도 이를 반영하면서 덩달아 상승하기 시작했다.

 

한국 시장금리 상승은 자연스럽게 은행의 대출상품금리에도 연동이 되기에, 전세대출-주담대 등과 같은 대출상품 금리도 10월부터 다시 슬금슬금 올라서 바닥부터 30~40bp 정도는 거뜬히 올라간 상황이다.

 

금리상승은 시장에 ‘22년의 트라우마를 제공하고 있기에, 시장은 10월 중순부터는 급격히 냉각되며 눈치 보기 장세를 실현하는 것 같다.

 

‘23년 부동산 강세장의 핵심이었던 서울의 주택거래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고, 다시 7개월 만에 3,000건 이하로 내려간다는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다.

 

아울러 10월 강서구청장 선거를 기점으로 한국은 ‘24년 총선이라는 대규모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시장의 불확실성은 경제-정치 등 전 방면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시점에 무언가를 산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 되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시장이 냉각되었을 때 역발상을 하고 적극적으로 주택 등을 취득하는 것이 부자 가 되는 길이라고들 한다. 과연 그럴까?

 

부동산에서는 투자수익률을 의미하는 Cap rate에 있다. 100억짜리 오피스에서 4억의 현금흐름이 발생하면 4%가 된다.

 

오피스 전문기관인 젠스타메이트 발표 기준 3Q23의 서울 오피스 cap rate는 4.2%다. 이러한 오피스를 사기 위해서 80% 금액의 대출을 받고 대출금리를 5.5%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80억*5.5% = 4.4억이 된다.

 

따라서, 4.2억 현금유입 - 4.4억 지출 = 마이너스 0.2억 현금유입이 되므로 현금흐름 측면에서는 손해가 된다. 반대로 80억 대출의 금리가 2.5%였다면 대출이자는 2억이므로, 4.2억 - 2.0억 = 2.2억의 현금유입이 된다. 따라서, 대출상품금리가 오피스 투자에 매우 크리티컬하다. 

 

주택은 cap rate가 없을까, 가령 10억 주택이 월 200만 원의 임대 현금흐름이 나온다면 연간으로 2,400만 원이 나오므로, cap rate는 2.4%(2,400만 원/10억)이다.

 

한국 주택의 cap rate는 잘 발표가 안 되고 반대로 ‘전월세전환율’이 발표가 되는데 이를 통해 간단히 도출할 수 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와 월세가 전환되는 비율이므로 곧 현금흐름과 같다. 서울이 현재 4.8%인데, 서울 주택의 매매가격은 전셋값의 약 2배이므로, 서울 주택의 cap rate는 2.4%(4.8%/2)가 된다. 즉 오피스보다도 훨씬 낮다.

 

이런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서울의 주택을 사는 것은 그 목적이 임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가 등 주거 서비스 그 자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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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부동산 투자는 주택이든 오피스든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수익형 투자’가 아니라, 매각 차익을 중시하는 ‘차익형 투자’를 원하기 때문에, 보유 중에 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아니라면 언젠가 해당 부동산을 팔아서 수익 실현을 할 목적으로 투자하게 된 것이다.

 

이런 차익형 투자에서 가장 큰 위험은 바로 보유의 부담이다. 금리가 제로화까지 가지 않더라도 혹은 제로화에 근접할수록 보유 부담은 낮아진다. 보유 부담이 낮아진다면 부동산을 더 편입하여 노출을 높이고 레버리지를 더 지는 것이 유리한 투자가 된다.

 

금리가 내려가면서 부동산 가격은 반드시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과 구조 속에 전 세계 부동산,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2000년대 이후의 20여 년 넘는 기간을 내려가는 금리와 함께 가격상승의 수혜를 맞으며 보낸 것이다. 

 

그런데 보유비용이 높아지면 어떻게 될까? 앞서 2.5%였던 금리가 5.5%가 된다면? 그때부터는 자산 가격의 상승을 보장할 수 없는데 위험은 더 커지는 구간에 들어간다.

 

통상 자산은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으로 나뉘는데, 위험자산의 경우 예금/채권과 같은 안전자산 대비 더 높은 수익률이 필요하다.

 

이를 리스크 프리미엄이라고 하는데, 현재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주식이나 부동산 분야에서 거의 제로에 수렴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니 위험자산을 굳이 투자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시장이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1981~2021년은 저금리의 시대로 가는 과정이었고 이 과정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점점 더 커져서 자산시장은 축복을 받았었다.

 

그러나 2022년부터 금리가 상승했고, 이런 것들이 자산시장의 질서들을 조용히 서서히 대신 매우 근본적으로 수정을 가하고 있다. 위험자산 투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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