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부동산 전문위원
2023.09.02 11:00
시장에 잘못 알려진 ‘부동산 괴담 4제'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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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에서 30년 가까이 있다 보니 뭇사람을 현혹하는 괴담이 난무한다. 그냥 위험 요인인데도 너무 확대 포장해서 큰일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세상에 단순 도식만큼 무서운 일이 없다.
그 괴담을 잘 뜯어보면 세상을 일차원 방정식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생성되고 무분별하게 유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냉철하게 팩트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맥락적 사고도 필요한 것 같다.
역전세난은 집주인이 제때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되돌려주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전셋값이 떨어지고 거래마저 활발하지 않아서 생기는 소화불량 현상이다.
아파트 역전세난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될 것이다. 대체로 고점 계약이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많았는데 2년 만기가 돌아온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그렇다. 전셋값 고점 계약은 2021년 4분기가 많았던 만큼 올 4분기에 역전세난이 피크를 이룰 것이다.
그렇다면 올 4분기에 역전세난이 심해지면 전셋값이나 매매가격이 하락할까?
어떤 한 거시경제 전문가는 “역전세난에 시달리는 아파트 집주인이 전세든 매매든 매물을 던지면 가격이 급락할 게 아니냐?”라고 되묻는다. 개인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지난해에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더 급락한데 다가 빌라 사기 여파로 전세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결혼이 늘면서 신규 아파트 전세수요도 생겨나고 있다. 정부의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도 집주인이 벼랑으로 내몰리지 않고 시간을 벌 수 있도록 ‘버퍼(완충장치)’를 제공하고 있다. 전셋값이 일부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면 전셋값은 입주 단지나 그 주변을 중심으로 크게 떨어진다. 전세 시장은 현재의 수급만을 반영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통계 분석 결과 특정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가 입주하면 입주일로부터 3~6개월간 집중적으로 충격을 준다.
하지만 입주 물량이 늘어도 매매시장에는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뿐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게 아니다. 하락의 한 요인일 뿐이다. 매매시장은 손실 회피와 처분 효과, 미래의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오로지 현재의 수급을 반영하는 전세 시장과는 달리 매매시장은 현재부터 미래까지 전체 수급을 반영한다. 시장 참여자의 전망이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매매시장은 입주 물량 못지않게 금리, 정책, 거시환경 변수 등을 다 함께 봐야 한다. 입주 물량이 폭탄급이 아닌 이상 물량 증가만으로 집값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생각할 경우 자칫 ‘단순 도식화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전체 1,200만 채 정도다. 한 해 전체 재고 물량의 2~3%인 입주 물량 변동만으로 수도권 아파트값 향배를 점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요컨대 아파트 시장을 진단할 때 입주 물량 한 변수에만 염두에 두지 말고, 여러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라는 얘기다.
전세 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를 추정하면 2022년 국내 가계부채가 3,000조 원에 육박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도달해 위태로운 것은 많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많다고 집값이 이제 떨어질 날만 남았다는 주장은 논리가 빈약하다. 이 또한 단순 도식에 불과하다.
가계부채 발 집값 급락설은 2010년대 초반 800조 원일 때부터 나돌았다. 2023년 현재 그때와 비교해 아파트값이 서울지역에선 2~3배 올랐다. 거듭 말하건대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가계부채는 마치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 같은 것이다. 야외활동 중 갑자기 기온이 크게 내려가거나 무리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잘 관리를 하면 그럭저럭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가계부채가 많은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튼실하지 못하다. 지난해 미국발 고금리 쇼크처럼 충격이 닥치면 모래성처럼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돌발적인 쇼크가 금세 닥칠 수도 있고, 한참 있다가 올 수도 있다. 요컨대 우리 경제의 복병인 가계부채는 주택시장의 위험 요인이지 반드시 곧바로 급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분양시장과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다. PF 문제가 어떻게 터질지는 알 수 없다. 정부가 지난해 레고 사태의 파장을 잘 알고 있기에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다.
PF 문제와 주택시장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PF 문제는 바로 신규 분양시장, 공급자 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미 준공된 기존 주택가격은 직접적인 관계보다 간접적인 관계이다.
말하자면 두 시장은 한 다리 건너서 존재한다. 만약 PF 문제로 집값이 급락하려면 건설사나 시행사의 부도 사태로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시중 금리도 크게 올라야 한다.
말하자면 금융위기나 경제위기가 와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기와 경제위기가 터진다면 지금 당장 국내 주식투자를 관둬야 한다. 주식시장이 더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건설사 PF 문제 역시 기존 주택시장을 짓누르는 위험 요인이라는 점 정도 체크하고 예의주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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