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장
2023.08.25 11:00
비싸서 안 돼!
|
“여보, 지금이 어떤 시기인 줄 알면서 그래? 물가는 오르는데 주식이니 부동산이니 죄다 가치가 떨어지고, 우리 월급은 맨날 동결한다고 그러는데 이런 상황에 티셔츠 3만 원짜리 산다는 게 말이 되냐고.. 너무 비싸! 아직 옷장에 옷도 많은데 그냥 참았다가 1.9만 원짜리 나오면 그때 사자 알았지?”
위 잔소리?는 7년 전쯤 제가 와이프에게 티셔츠 하나 산다고 했다가 한 소리를 들었던 내용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극도로 짠돌이 짠순이로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면서 옷도 몇 벌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한 번씩 나들이 겸 아울렛에 가면 눈에 띄는 옷이 있어 무심코 집어 올렸다가 가격표를 보고 와이프에게 혼나고 다시 내려놓은 적이 많았습니다. 그때 그 가격이 3만 원 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시기에 우리는 ‘199’라는 틀에 갇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비싼 옷과 아이템을 착용할 필요가 없다, 그냥 19,900원짜리 옷 한 벌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아직 그럴 여유가 없다는 틀에 갇혀 쇼핑몰에 가도 항상 옷걸이에 걸려 있는 상품보다는 진열대에 누워 있는 상품들에 더 많은 눈길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정해진 19,900원을 넘는 옷은 사지 말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을 가지고 말이죠.
그런데 정말 그렇게 살다 보니 옷 하나에 3만 원이 비싸게 느껴졌습니다. 외모를 가꾸는데 돈을 쓰지 않다 보니 주변에 두는 물건들도 비싼 것보다는 꼭 필요한 것만 저렴한 가격에 들여놓고 있었습니다. 과소비하지 않게 되고 과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돈을 모으려고 조금씩 바꾸었던 라이프 스타일이 결과적으로 돈이 모일 수밖에 없는 라이프 스타일로 맞춰져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당시 3만 원짜리 옷도 잘 사지 못했던 저희 부부는 수천 배는 더 높은 가격의 부동산은 하루 만에 매수하기도 했습니다. 옷을 쇼핑하면서는 ‘비싸서 안 돼!’라는 말을 자주 꺼냈지만, 부동산 물건들을 검토하면서는 비싸다는 말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부동산을 찾아냈지만 끝내 매수하지 못할 때는 ‘아쉽지만, 투자금이 부족하네’라고 하소연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고는 또 다른 좋은 물건을 끝까지 찾아내어 계약하였습니다. 먹고 싶은 치킨도 참아가며 한푼 두푼 모았던 돈으로 저희 명의가 될 부동산의 계약금이 된다는 것에 엄청난 보람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무엇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짐을 잘 파악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부부가 몇 만 원짜리 물건은 비싸다고 사지 않으면서 수천 수억 원짜리 부동산은 넙죽 매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희가 돈이 많아서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나사가 하나 풀린 사람들이라 막 질러 버린 것도 아닐 겁니다.
저희는 지금도 그러하듯이 자산의 상승이 우리 스스로의 자존감을 올려 준다고 믿기에 더 많은 자산을 사들이는 것에 손을 오므리지 않고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이 절대적으로는 높은 가격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앞에서 말한 자산 증식과 자존감을 높이는 상대적 가치로는 전혀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정말 후줄근하게 돌아다녀도 자존감 하나는 최고였습니다. 저희 뒤를 두둑하게 지켜주는 부동산들이 있었기에 몸에 걸치는 것들은 사치로 밖에 보이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예전과 같이 미친 듯이 돈을 모아 투자한다는 압박감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났기에 티셔츠 하나 정도는 맘 놓고 살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위에서 말한 상대적 가치로 비싼 것은 구분하고 있습니다. 한 예를 들어 와이프는 제가 맛있는 요리를 먹으러 좋은 곳에 가자고 하면 비싸다고 가지 않으면서 밤이 되면 몇 백만 원씩 미국 주식을 쇼핑하듯이 사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소비성 외식과 주식 매수를 비교하는 게 말이 안 될 수 있지만, 정말 비싼 게 무엇인지 절대적인 금액만 볼 것이 아닌 우리를 더 좋은 삶으로 이끌어 줄 것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는 명품 대신 부동산 쇼핑을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오늘은 비싼 명품 대신 비싸지? 않은 부동산을 매수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 시간을 가져 보시 길 바랍니다.
홈노크 앱 설치하고 매일 업데이트 되는 부동산 인사이트 확인해 보세요.
이 정보가 유익했다면 소중한 사람들과 나눠보세요.
올해 종부세는 얼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