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장
2023.07.14 11:00
집문서를 들고 다닐 수도 없고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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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때? 먹고살 만해? 아파트값이 엄청나게 내려갔던데 너는 괜찮아? 그리고 사업 시작한다고 하더니만 온라인 쪽이라며? 온라인 사업은 앞으로 벌고 뒤로 다 빚지는 장사야~ 홍보한다고 광고비 다 쓰고 나면 남는 거 하나도 없이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하고 허무할 거야. 요즘에는 오프라인 장사를 해야 해. 그래야 찐 단골도 생기고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모이고 매출이 오르면 권리금도 생기는 거야.
온라인 사업이 아무리 잘된다고 해도 지난번처럼 네 xx 나 카 xx 가 갑자기 중단되거나 망하면 그냥 끝나는 거 아냐? 사업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너처럼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돈 단위가 달라야 해. 천만 원, 2천만 원 벌어봤자 삶이 안 바뀌어~ 억 단위로 제대로 벌어야지!”
얼마 전에 의사로 자리 잡은 친구를 만나 커피 한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친구는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 늦은 나이까지 월급 의사로 일하였지만, 최근에 개업하면서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직원 열 명 정도 데리고 운영하는 규모가 있는 병원의 대표입니다.
그래도 일한 기간보다 공부한 기간이 더 많다 보니 지금껏 모아온 자산은 없지만 현재는 병원장으로서 들어오는 현금은 어마어마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저한테 앞에 나온 말과 같이 충고를 해주더군요.
개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친구가 의사라는 느낌을 그렇게 받지 못했습니다. 일하는 게 힘들어서 그런지 매번 기운이 없어 보이고 여유가 없는지 옷차림도 그리 신경 쓰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개업 후 친구의 외형이 바뀌는 걸 보고 있으니 ‘아, 이 친구 병원장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손에 차고 있는 시계에서부터 입고 있는 옷의 브랜드, 그리고 테이블에 올려놓은 자동차 키에 박혀 있는 별 마크들이 풍기는 포스가 남달랐습니다.
친구는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그 아이템들이 계속해서 나에게 속삭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주인은 이렇게 잘나가는 사람이라고! 알아서 모셔!'
친구와 달리 저는 그냥 바지에 티셔츠 하나 걸치고 지하철을 타고 사람들에 치이면서 뚜벅이로 오다 보니 행색이 비교되긴 했습니다. 친구는 저에게 나이 들어서 행색이 뭐냐며 한마디 하더군요. 그래서 조금 후회는 했습니다. 집에 몇 개 없는 브랜드라도 걸치고 올 걸 하고 말입니다.
친구와는 그렇게 서로 어떻게 사는지 안부 확인 정도만 하며 커피 한잔 마시고 헤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친구가 한 말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면서 그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기게 되더군요. 물론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였을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비수가 된 말들이 꽤 있었습니다.
월급 의사 시절에는 남의 삶에 훈수를 두는 일이 없던 친구가 개업하고 돈을 좀 벌어보니 눈에 보이는 게 많아졌나 봅니다. 제가 부동산을 투자하는 것을 아는지 아파트값 걱정을 하고, 온라인 사업은 어렵다며 자기처럼 얼굴마담 할 수 있는 오프라인 장사를 하라고 하질 않나, 심지어 의사는 할 만하지만, 다른 요식업 같은 거 하면 손님들 비위 잘 맞춰 줘야 한다며 빈정대기까지 하더군요.
사실 대화하는 상황에서는 크게 반박할 수가 없어서 그냥 들으며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긴 했습니다. 하지만 지나서 생각해 보니 내가 왜 그 친구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했을까 하며 후회가 되더군요. 내가 과연 그런 충고를 들어야만 하는 존재일까? 그리고 그 친구는 나에게 그런 충고를 해 줄 만한 위치가 될까?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물론 좋은 옷, 좋은 차를 몰 수 있는 능력이 되고 눈에 보이는 것까지 티를 팍팍 내고 있기에 그 기세에 눌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지하철에 앉아서 이러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친구가, 아니, 사람들이 걸치고 다니는 좋은 시계, 좋은 가방, 좋은 차와 같이 사람들 눈에 확 띌 수 있는 등기부등본이 있다면 어떨까 하고 말입니다. 반지처럼 열 손가락에 다 차도 모자라서 목걸이에 걸고 귀걸이에도 걸고 다니는 거죠. 사람들이 보기만 해도 헉! 소리가 나도록 말이죠.
아니면 증강현실과 같이 내 머리 위에 후광처럼 집문서가 둥둥 떠다니는 겁니다. 남들이 보면 ‘오! 저 사람은 집이 몇 채나 되는 거야?!’ 이러면서 감탄하겠죠. 그럼, 지하철을 타고 다니더라도 별 마크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좋은 시계, 좋은 옷, 좋은 차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남들이 알아서 판단을 해줍니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를 오랫동안 하여 집문서가 몇 개가 있고 자산이 몇십억이 되어도 지하철 타고 앉아 있으면 그냥 지나가는 동네 아저씨로 보일 뿐입니다. 물론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건 아닙니다.
남들이 몰라줘도 그냥 우리 가족만 잘 살면 된다는 주의이기에 크게 문제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 번씩 지인들과 만남 후 이렇게 현실을 깨닫게 될 때가 있어 씁쓸하기는 하답니다.
물론 저도 처음 보는 사람이나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을 만날 때 외형적인 부분으로 어느 정도 판단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남들에게 좋은 선입견을 주기 위해 눈에 보이는 부분에도 투자를 어느 정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들에게 가장 잘 보이기 위한 방법은 자신감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온몸에 고가의 장신구를 걸치고 있다고 한들, 자신이 가진 것(자산뿐만이 아닌 능력과 성과 그리고 행복감)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면 기죽지 않고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부동산이나 사업영역에 성과가 그리 좋지 않아 일시적으로 기가 죽어 있어 당당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위에서 말한 명품처럼 걸치고 다닐 수 있는 집문서가 있음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번 더 해보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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