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부동산 전문위원

2023.07.08 11:00

투자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 미칠까?

Summary

  • 학원 밀집 지역의 매매시장보다는 전‧월세시장 일부 영향
  • 기존 학부모 타지역 이전보다는 신규 수요 감소
  • 2004년 유사 대책 때보다는 영향 크지 않을 듯

 

정부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배제키로 하면서 학원가가 술렁이고 있다. 부동산시장 역시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일 2024학년도 수능 시행 세부 계획을 공고했다. 평가원은 “수능은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연계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를 갖춘 문항을 출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킬러 문항 빼서 과도한 사교육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킬러 문항 배제는 공교육은 그대로 두고 사교육에만 메스를 가하는 조치다. 그렇다면 흔히 말하는 8학군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8학군은 강남구와 서초구 2개 구에 위치한 초‧중‧고 학군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학원이 몰려있는 사교육 밀집 지역전월세 중심으로 일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과 비슷한 대책이 노무현 정부 때에도 나왔다. 2004년 2월 발표한 2‧17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그것이다. 이 대책은 EBS 수능방송 실시와 2008학년도부터 내신 위주로 대학 신입생을 선발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필자는 2‧17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쓴 적이 있다. 논문을 쓰기 위해 학원 수요가 높은 강남구 대치동과 노원구 상계동 학부모 각각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설문 결과 대치동 학부모는 2‧17대책이 '자녀 대학 진학에 불리할 것'이라는 응답이 52%에 달했고, '유리할 것'이라는 답변은 8%에 그쳤다. 반면 상계동 학부모는 '유리할 것'이라는 응답(31%)이 오히려 '불리할 것'이라는 답변(16%)의 배 수준이었다. 대치동과 상계동 학부모들이 대책에 따른 영향을 서로 달리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2‧17대책이 거주지 선택에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치동 학부모들은 '영향을 줬다'는 답변이 23%(23명)로 상계동(44%, 44명)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자녀 교육 문제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갈 의향도 대치동 거주자는 5명에 그쳤지만, 상계동은 32명에 달했다.

 

하지만 2‧17대책 이후 두 지역의 전셋값은 큰 차이가 난다. 부동산정보회사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치동 아파트 전셋값은 대책 발표 이후 1년 동안 14.14% 급락했다. 하지만 상계동 아파트 전셋값 하락률(-4.10%)은 서울 평균(-4.57%)에 머물렀다.

 

왜 이렇게 대치동 전셋값이 많이 떨어졌을까. 기존에 대치동에 살고 있는 학부모들이 이곳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는 설문에서도 나타난다. 아마도 대치동 학부모들은 자주 바뀌는 교육제도를 신뢰하지 않거나 교육환경 이외 다른 요인으로 이주를 꺼렸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타지역에서 대치동으로 이주하려는 학부모의 전세 수요가 줄어들어 전셋값이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 교육제도 도입으로 이른바 ‘대전족(대치동 전세족)’이 급감한 결과라는 것이다. 전셋값의 급락은 매물(공급) 증가보다 수요 감소에 의해 나타난 것이라는 얘기다. 대치동 아파트 매매가격은 대책 발표 이후 교육 이외의 다른 주거 프리미엄이 작용하였기 때문인지 큰 변동이 없었다.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 영향은 매매시장보다 전월세 시장이 될 것이다.

 

학원가에 사는 학부모가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배제된다고 다른 지역으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 학부모가 전세로 살든, 자가로 살든 말이다. 더욱이 이번 대책은 2‧17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는 달리 사교육에만 메스를 가는 것이다. 따라서 2004년보다는 매매든 전세든 영향이 덜할 것이다. 또 근거리에서 차를 이용해 학원에 다니면 되는 데다 킬러 문항만 배우기 위해 학원에 오는 것은 아니다. 메가톤급 영향력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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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교육 밀집 지역으로 전입하는 신규 전세 수요가 줄어들 수 있는 여지는 있다. 또 킬러 문항을 배우기 위해 방학 때 잠시 아파트를 빌리려는 월세 수요 역시 감소할 수 있다. 이미 역전세난으로 전셋값이 급락한 상태인데 이번 수능 킬러 문항 배제로 전세 시장 회복세가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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