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장

2023.06.23 11:00

재테크 에세이

이제는 떠날 때가 되었다

Summary

  • 계약 갱신청구권의 위력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 역전세가 난무한 지금 전세가를 올려줘야 하는 사람도 있다?
  •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

 

“제가 이 집에 들어올 때는 전셋값이 불안정해서 집주인한테 4년 계약을 하자고 했거든요? 근데 요즘 보니깐 역전세니 하면서 전셋값이 더 떨어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집에서 4년을 사는 것보다 전세가가 더 낮은 다른 집으로 이사해서 2년 더 사는 것이 이득이겠더라고요. 집주인한테는 미안한 감은 있지만 어쩔 수 없죠. 저희 보증금 받아서 그동안 잘 쓰셨으니, 이제는 돌려주셔야죠.”

 

“여기서 4년을 살았습니다. 이제 아이들도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학원이며 생활권이 다 갖춰졌는데 이사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네요. 아이들은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날 텐데요.. 그리고 저희도 4년 동안 가까워진 지인들과 헤어지고 다른 동네 사람들과 다시 관계를 쌓아야 한다니 막막합니다. 처음 입주할 때는 좋은 집을 좋은 가격에 선택해서 들어올 수 있었는데… 그리고 아무리 전세가가 오른다고 해도 계약 갱신청구권이 있어 집주인한테 당당하게 2년 더 산다고 했는데 총 4년을 살고 나니 이제는 답이 없네요. 여기서 더 살고 싶은데 4년 전보다 50%는 시세가 올라 있네요.”

 

위 두 가지 대화는 같은 시점에 다른 상황을 처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는 전세가가 떨어지니 더 낮은 전세가의 집으로 이사를 하거나 집주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아야겠다는 상황을 이야기한 것이고, 두 번째는 입주 때보다 전세가가 많이 올라서 이사를 하자니 생활권을 바꾸기는 싫고, 전세가를 올려주자니 너무 부담스럽다는 상황을 말하고 있습니다.

 

요즘 뉴스나 기사에서는 역전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대부분의 재계약 시 집주인이 1억에서 2억 원 정도의 전세보증금을 뱉어내야 하기에 이에 따라 대출이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 또한 불안정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역전세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임에는 분명합니다.

 

저희가 보유한 물건 중에서도 역전세를 고민해야 하는 아파트도 있기에 공감이 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두 번째 대화와 같이 이러한 시장에서도 전세보증금을 올려줘야 함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 전세가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2019년 중순에 입주를 시작할 무렵 초기 전세가는 대략 4억 원 수준으로 그 당시 집값의 50% 수준이었습니다. 그 후 집값은 지속해 올라 최고점 15억 원까지 찍었지만, 부동산 하락기를 맞아 최저점 8억 원대까지 찍고 최근 반등하여 12억 원 언저리까지 올라온 수준입니다. 집값의 변동에 따라 전셋값도 요동이 있었습니다.

 

초기 입주장이었던 2019년을 지나고 나니 전세가는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입주장을 노리고 정말 싸게 전세로 들어오신 분은 3억 5천만 원에 입주하셨지만 2년이 지난 21년도에는 전셋값이 최고가 8억 원까지 올라온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분들에게는 운 좋게도 ‘계약 갱신 청구권’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전셋값이 2배가 올랐더라도 이전 계약조건에 최대 5%만 올려주면 2년을 더 전세로 살 수 있는 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21년도부터 올라오는 전세 실거래가는 극과 극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날은 7억 원대 전세가 등록이 되고, 그다음 날에는 4억 원대의 전세가가 등록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같은 동에 비슷한 층인데도 말입니다. 바로 계약 갱신 청구권으로 인한 전세시장의 비정상화가 시작되었던 시기였습니다.

 

2023년 6월, 이제 이 아파트도 입주한 지 4년이 다 되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초기 입주장에 전세로 들어오신 분들도 계약 갱신 청구권의 위력이 다하여 실제 전셋값을 마주할 때가 되었습니다. 전세보증금 4억 원에 입주하신 세입자분들은 4년이 지난 지금 다른 곳은 역전세로 세입자가 갑이 되었다고는 하나 본인들은 최소 1억 5천만 원에서 최대 3억 원까지 보증금을 올려줘야 동일한 조건에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증금을 올려줄 돈이 없으면 이사를 하면 되지 않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참으로 어려운 부분입니다.

 

예전부터 어르신분들이 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이사하기 힘들 테니 그전에 집 한 채 마련하라고요. 저도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월세나 전세를 살아갈 때는 어르신들의 말이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하루 이틀 이사 잠깐 하면 되지 굳이 그 동네에 눌러앉아서 자금을 깔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주변 인프라에 익숙해지고, 가까운 지인들이 생기다 보니 이사라는 부분이 참으로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이사로 인해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겨주기 싫었습니다. 전세살이로 인해 강제 이사가 아닌 심지어 더 좋은 지역으로 이사를 고려한다고 해도 이미 4년을 살아온 이곳을 떠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조만간 이곳을 떠나야 하는 세입자들은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일까요? 초기 대비 올라와 있는 전세보증금을 맞춰 줄 수 있다면 계속 이곳에서 지낼 수 있겠지만, 올려 줄 금액이 부담스러워 현재 살고 있는 전세금 수준의 지역을 찾는다면 아마 지금보다 인프라 및 생활 수준을 낮춰야만 할지도 모릅니다. 이에 따라 아이든 어른이든 모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오늘은 임대차 3법 중 계약 갱신 청구권의 부작용에 대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보며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청구권으로 인해 2년은 오른 전세가를 직면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내 집 마련을 하지 않는 이상 어차피 마주하게 될 전세시장이었습니다.

 

차라리 계약 갱신 청구권처럼 +2년을 지켜줄 것이 아니라 전에 있던 임대 사업자를 더욱더 활성화해 10년 이상을 세입자가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만들어 주었으면 이러한 충격을 조금 더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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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집값이나 전셋값은 오를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부분을 한쪽으로 치우쳐(무조건 오른다는) 집주인에게만 부담을 지어주고, 세입자들을 위하는 정책으로 간다면 위에서 언급한 부작용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늘 이야기하지만 앞으로 집주인/세입자로 나누어 편을 가를 것이 아니라 주거 안정이라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정책 및 관리 방법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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