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장

2023.06.09 11:00

재테크 에세이

[재태크 에세이] 아들아, 건물주가 쉬운 게 아니란다

 Summary

  • 청소년들은 건물주가 되고 싶다
  • 놀고먹는 건물주가 세상에 있을까?
  • 건물주가 되기도 힘들지만 되고 나서도 힘들 것이다

 

“저는 이다음에 커서 건물주가 되고 싶어요. 강남에 큰 건물 하나 가지고 있으면 우리 아빠처럼 회사 다니거나 힘든 일 안 해도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주는 월세 받으면서 편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티브이에 나오는 부자들은 다 건물주인 거 같아요.

 

“아들아, 이번 달에만 양산에 몇 번을 올라갔는지 모른다. 조금 쉴만하면 세입자가 나간다고 연락이 와서 부동산 가야 하지, 새 사람 넣고 나면 타일이 떨어졌다고 연락이 와서 확인하러 갔지, 그리고 얼마 전에는 주말에 정화조가 막혀서 뚫어 줄 사람도 없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말도 마라.”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청소년들 사이에서 꿈을 말할 때 순위 안에 들어가는 직업? 몇 가지가 정해져 있었다고 합니다. 과학자, 의사, 판사 등 우리 어린 시절 손꼽았던 전문직보다 콘텐츠 수익으로 돈을 버는 유튜버가 더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청소년들이 보기에는 카메라 앞에서 게임을 하거나 입으로 떠들고 놀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니 혹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건물주가 되는 것이 꿈인 친구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벌써 월세의 개념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건물을 가지고 있으면 돈이 나온다는 것을 알기에 건물주가 되고 싶다는 것이겠죠.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에 네이X에서 이 말을 검색해 봤더니, 오픈 사전에서 정의하기를 [건물을 가지고 있으면 일을 하지 않고도 월세로 먹고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요즘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1위가 건물주로 꼽히는 현상을 비판한 말이다] 라고 나옵니다. 오픈 사전에서 풀이한 내용을 잘 보시면 뭔가 하나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건물을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는 더 거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건물을 가지고 있으면 일을 하지 않고도….”

 

 오늘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왜 건물을 가지고 있으면 일을 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더 나아가 월세를 받는 사람에게 불로소득이니 세금을 왕창 징수해야 한다고 적폐로 몰아가기도 합니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건물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나쁜 건물주 또는 임대인을 만나 당한 것이 있어 모든 임대인, 건물주를 비난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글 앞에 나와 있는 두 번째 대화는 저희 어머님이 저에게 종종 하시는 말씀입니다. 부산에 오랫동안 사셨던 집을 정리하고 양산에 다가구 주택을 하나 마련하시고 남은 돈으로 조그마한 아파트를 매수하여 직접 살고 계십니다. 아무래도 부모님 모두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더 이상 경제 활동을 하시기에는 어려움이 있기에 주거만 하시던 집을 팔아 월세가 나오는 자산의 형태로 변화를 준 것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건물주가 되신다는 것에 엄청나게 설레시고 기뻐하셨습니다. 평생을 부동산 투자라는 것은 모르고 자신이 누울 집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신조로 사셨던 분입니다. 그런데 아들이 이렇게 저렇게 찾아보고 계산한 뒤 건물을 떡하니 하나 가져와서 앞으로 월세로 먹고살면 된다고 하니 ‘이게 가능해?’라는 표정을 지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위에 오픈 사전에서 언급한 “건물을 가지고 있으면 일을 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는” 그 기쁨은 부모님에게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건물이 스스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제 부모님이 관리해야만 하는 건물이 생겼기에 일이 더 늘어나게 된 거죠.

 

열 가구가 넘는 세입자들이 계속해서 나갔다 들어왔다 하고, 2년밖에 안 된 건물이긴 하지만 조금씩 닳아가는 부분을 수선해야 하지, 그리고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보니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사건을 대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갑자기 건물 정화조가 막히게 되면 건물주가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물론 다가구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로 저희 부모님이 생활비를 감당하고 계시기 때문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습니다. 건물도 고맙고 거기에 살고 계시는 세입자분들에게도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거위가 황금알을 낳기 위해서 지극한 정성으로 관리를 해줘야 하듯이, 건물에서 월세가 잘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노동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는 누군가 말하는 불로소득이 아닌 정당한 자본과 노동에 의한 소득이라는 것이 오늘 제가 하고 싶어 하는 말입니다.

 

 이 말에 반박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굳이 건물 관리를 자신이 하지 말고 사람을 써서 하면 되지 않나? 괜히 노동자 코스프레를 하려고 일하는 척하는 거 티 나네. 요즘 청소 아줌마, 수리 기사, 공인중개사 다 외주 주고 건물주는 잘 놀러만 댕기더구먼!”

 

 이 말처럼 건물 관리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됩니다. 그런데 관리자는 공짜로 대신 일을 해주는 걸까요? 아닙니다.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겠지요. 청소, 관리, 수리 등 하나하나 사람을 대신 쓰면 일은 편하겠지만 비용이 더 들어가기에 자신에게 들어오는 수입이 적어지게 됩니다. 강남에 대 건물주처럼 수천만 원씩 월세가 들어오는 건물이라면 어느 정도 인력을 동원해도 되겠지만, 동네 작은 건물주에게 사람을 대신 쓴다는 것은 제 살 깎아 먹는 것으로 생각하고 웬만하면 본인이 해결하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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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이 어릴 적부터 투자 마인드를 가지고 건물주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면 좋겠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건물주가 하는 일 없이 월세만 받아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기에 꿈을 꾸는 것이라면 하루빨리 정신 차릴 수 있는 아래와 같은 교육과정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1. 건물주가 되기 위한 방법
  2. 건물주가 되면 해야 할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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