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부동산 전문위원

2023.05.13 11:00

투자

[투자] ‘전세 사기’ 후폭풍, 전세 종말 빨라진다

Summary

  • 다세대, 빌라 세입자, 생존 차원 월세 선택
  • 월세는 안전하지만, 주거의 고비용 구조 불가피
  • 아파트는 그나마 전세 유지될 듯

 

전세 종말이 이제 성큼 다가왔다. 최근 사회 문제화된 전세 사기가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 제도에 대한 불신과 공포가 커지면서 앞으로 다세대, 다가구, 빌라, 연립주택, 다중주택 등 비(非)아파트에서 전세를 찾으려는 세입자들이 크게 줄 수 있다. 이들 주택은 거래가 흔치 않은 주택의 특성상 매매나 전세 시세 포착이 힘들어 세입자 입장에서는 ‘깜깜이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

 

현 제도하에서는 세입자가 전세 계약을 하기 전에는 스스로 전입세대를 열람하기 어렵다. 전세 계약을 하고 난 뒤 계약서를 지참해야 주민센터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사고를 미연에 막고 싶은데 이미 계약한 뒤에 전입세대를 확인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집주인의 말이 맞는지 사후 검증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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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입세대 확인서를 떼어본다고 해도 막막하다. 다가구나 다중주택일수록 선순위 임차인과 보증금 액수를 체크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전입세대 확인서를 통해 선순위 세입자는 누군지 파악이 가능하지만 그 세입자가 전세로 사는지, 월세로 사는지 알기 힘들다. 선 순위 보증금 총액 파악이 가장 중요한 데 이를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집주인의 양심만 믿고 계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입자는 보증금이 많을수록 위험한 사적 계약이 될 수 없다.

 

정보 비대칭성이 강한 이들 주택에서 세입자는 생존 차원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바로 전세로 구한다면 보증보험이 가입되는 곳을 찾거나 아니면 보증금을 낮춘 반전세나, 반월세를 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서 한동안 수요-공급의 불일치가 생길 수 있다. 집주인에게는 골치가 아픈 일이다. 새로운 전세 세입자를 구해야 기존 전세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는데, 여의찮게 되었기 때문이다.

 

집주인 입장에서 ‘보증금 돌려막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비아파트에서는 전세 기피로 역전세난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보증금 지키기도 상대적으로 쉬운 아파트는 그나마 전세가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의 역전세난은 내년 이후 금리인하가 이뤄지면 완화될 것이다.

 

요즘 들어 전세는 내 집 마련의 사다리라는 순기능보다 갭투자와 깡통전세라는 역기능이 자꾸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월세 예찬론자들이 나타난다. 선진국 임대차 구조가 모두 월세니까 우리나라가 월세로 바뀌면 주거 문화가 선진화되는 것일까. 월세 시대는 집 없는 사람들이 주거비 부담 고통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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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23 행복지수’를 보면 한국의 주거(임대) 지출 비용은 총소득의 14.7%를 지출, OECD 가입국 중 가장 낮다. 저렴한 임대료 부담은 전세 제도가 유지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월세 시대를 맞으려면 의료, 교육, 주거 등 복지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특히 과중한 사교육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공교육 혁명이 나와야 한다. 외국 샐러리맨들의 월세 부담은 소득의 30% 선이다. 우리나라도 이 정도 월세를 낸다고 치자.

 

평범한 노동자가 월급 300만 원을 받아 월세로 100만 원을 내고, 자녀 사교육비로 50만~100만 원을 내고 나면 무슨 돈으로 소비할 것인가. 저소득층은 더 문제다. “월세 사는 사람들은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다”는 말도 한다. 치료하기 위해 모아놓은 돈이 있어야 아플 수 있지 않느냐는 하소연이다.

 

월세 시대는 곧 무주택 서민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저축하지 못하고 길바닥에 돈을 뿌리는 것을 의미한다. 전세금을 모으고 그것을 밑천으로 삶의 작은 공간이라도 장만하고 싶은 서민들의 소박한 꿈의 사다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가뜩이나 줄고 있는 중산층이 더욱 얕아지고 계층 간 양극화, 사회 불안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월세 시대를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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