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장

2023.05.12 11:00

재테크 에세이

[재태크 에세이] 전세 재계약이 현금흐름일 때가 있었지

 Summary

  • 집주인과 세입자는 갑과 을의 관계가 되면 안 된다
  • 예전에는 전세보증금을 매번 올려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 편 가르지 않는 정부의 정책으로 ‘주’를 해결할 수 있길

 

“(세입자 A) 제가 이번에 사는 곳을 좀 바꿔 보려고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거든요. 아무래도 애들이 크고 해서 학원가도 그렇고 집도 조금은 더 큰 곳으로 가고 싶어서 남편한테 이사 갈 곳을 알아보라고 했었죠. 요즘 전셋값도 많이 떨어지고 집주인들이 힘들어한다고 하길래 좋은 집을 좋은 가격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현실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이번에 전세 알아보면서 저희가 다른 집 전세가보다 많이 낮게 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재계약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 줄 모릅니다. 좋은 집에서 깨끗이 잘 살도록 하겠습니다.”

 

“5%를 올린다고요? 요즘 전세가가 엄청나게 떨어진다는 뉴스 안 보셨어요? 다른 집주인들은 전세를 못 맞춰서 난리라던데 사장님은 별로 힘들지 않나 보네요. 저희는 기존 금액으로 재계약을 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5%를 더 올린다니 조금 황당하네요. 저희가 나가면 이것저것 나가는 비용하고 따져서 더 손해 아닌가요? 저희가 있는 그대로 2년 더 살고 나갈 테니 그냥 종전 가격으로 재계약하시죠. 저희 나가면 보증금 빼 줄 수는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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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용인 신갈에 있는 아파트 전세 재계약 건이 있어 와이프 함께 부동산 사무실에 다녀왔습니다. 세입자분께서 원래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고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려고 했는데 며칠 만에 연락이 와서 그냥 재계약하신다고 하더군요. 사실 재계약 건은 직접 찾아 뵙고 계약서를 작성하기에 저희나 세입자분 모두 수수료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부동산 사장님을 통해 진행하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앞에 나온 대화처럼 세입자분은 계약서를 작성하는 동안 계속해서 고마움을 표하였습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다른 곳을 가려고 했다면서 이렇게 저렴하게 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5~6년 전에 임대사업을 등록했던 물건인지라 보증금을 2년에 5%밖에 올리지 못하다 보니 주변 시세보다는 한참 낮다는 단점 같은 이점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희는 보증금의 5%라도 올릴 수 있었지만, 만약 예전부터 시세대로 보증금을 올려 받았더라면 지금 같은 재계약 시점에는 아마 억 단위로 보증금을 뱉어냈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 생각이 드니 아찔하더군요. 저희에게는 아찔한 생각이지만 현실에는 정말 이런 상황에 부닥쳐 있는 집주인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한창 갭투자를 할 시절에는 2년마다 전세보증금을 올려 받을 수 있었습니다. 24채의 아파트에 갭투자를 하고 전세 계약 시점을 조절하게 되면 매월 재계약하면서 보증금을 올려 받을 수 있으니, 월세를 받는 것과 같은 현금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투자 방법도 있었습니다. 물론 보증금은 돌려줘야 하는 빚과 같지만 그만큼 집값이 오른다는 가정하에 어느 정도 활용이 가능했던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글 앞의 두 번째 대화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첫 번째 케이스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이 상황은 작년 안양 평촌에 있는 아파트 재계약 건이었는데요. 부동산 시장 분위기 자체가 하락세였고, 안양에 입주 건이 워낙 많다 보니 뉴스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세입자가 갑이 된 케이스였습니다.

 

이 아파트의 경우는 임대사업자 혜택을 없애는 시점에 매수한 것이라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시세대로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같은 상황을 맞이하여 재계약 시점에 저희가 약자의 위치에 서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다행인 건 종전 보증금보다 시세가 떨어지진 않아서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은 없었지만 5%라도 올려 받으려고 했다가 세입자에게 마상(마음의 상처)을 받았던 아픈 기억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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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와이프와 커피 한잔하면서 세입자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수원지역에 있는 원룸에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왔는데 월세를 날짜에 맞춰서 잘 넣어주고 있어 참 좋다고 이야기하면서 세상이 참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주거 공간을 내어주는 집주인이 을이 되고 그 공간을 빌려 쓰는 세입자가 갑이 된다는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이죠.

 

집주인은 돈이 남아돌아서 선심 쓰듯이 집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비용을 들여 공간을 꾸민 후 그 대가를 받기 위해 임대사업을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월세를 제날짜에 입금이 되는지 조마조마 기다려야 하고, 하루 이틀 늦어지는 건 그러려니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며, 한두 달 넘어가면 그때부터 법적인 도움을 받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만 생각보다 법은 우리 같은 집주인 편에 서주지 않더군요. 어쩌면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세입자 편에서 더 보호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처럼 세입자 면접을 보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 요즘에는 세입자가 집주인 세금 내역 뽑아서 오라고 한다는데 세상이 변해도 어찌 이렇게 변했을까?”

 

집주인 입장에서 이야기하다 보니 또 편 가르기를 부추길 것 같아 이 정도에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부동산 시장이 어서 빨리 안정화되어 다주택자, 집주인, 무주택자, 세입자 그 누구에게도 편중되지 않는 정부의 정책으로 모두가 의식주의 ‘주’만큼은 평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라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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