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욱
2023.05.01 11:00
[정책] 전세 사기와 착한 임대인 그 어딘가의 우리들
|
인천 미추홀구로부터 시작된 전세 사기 피해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전세 사기의 경우, 기획사기라고 판단될 정도로 그 방법이 악랄하고 피해 규모가 클뿐더러, 인명사고를 초래할 정도로 피해자들에게 현저한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에 전세 사기 대책을 최대한 신속하게 발표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인명사고가 생기고 나서야 대책이 나오는 것이 만시지탄입니다.
최근 전세 사기라는 용어는 더욱더 광범위하게 사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전세보증금 미반환도 사기라고 불리기까지 하고 있어서, 차제에 용어들과 전세 사기 피해 유형들을 정확히 규정하여 피해구제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상, 사기의 유형과 그렇지 않은 일반 경우를 정확히 구분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기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피해구제방안이 돌아가지 않거나, 혹은 사기가 아닌 일에 세금이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깡통전세라는 개념입니다. 깡통전세는 매매가격보다 전셋값이 더 높은 주택을 말합니다. 원래 약 3억 시세의 주택에 전세는 3억 미만인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깡통전세는 잘 나오지 않지만, 제도적으로 깡통전세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가령, 2020년경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는 신축 빌라 등에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전세 보증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보험한도를 공시가액의 1.5배까지 인정해 줬습니다. 이에, 공시 가율 70%인 곳을 가정해 보면, 그 1.5배는 1.05이기 때문에, 이는 매매가격보다 5% 높은 깡통전세를 인정해서 보증보험에 가입해 줬다는 것이 됩니다. 이 때문에 150% 기준의 보증보험제도로 인해서 깡통전세가 양산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역전세입니다. 역전세는 종전 임대차 계약 연도(통상 2년 전)의 전셋값보다 당해연도에 체결할 전세금이 더 낮아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그 차액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역전세만으로는 임차인 위기가 오기 어려운데, 극단적으로 임대인이 주택을 처분하면 임차인에게 임차료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임대인의 현금흐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편, 깡통전세인 상황에서 역전세가 오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세 번째가 전세 사기입니다. 전세 사기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사기입니다. 특히 미추홀구에서 일어난 사건의 경우에는 악랄한 사기범의 전모를 보입니다. 먼저, 매매가격의 105%로 전세대출을 받도록 주택도시보증공사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고, 이후 국세 체납 법인에 무갭으로 매도하고, 공매 전 고가에 매입하도록 협박 문자를 보내고, 매입을 안 해도 공매를 보내서 임대보증금이 뒷순위가 되도록 하고, 또 최소 변제를 받지 못하도록 8,0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계약하게 하고 등 그야말로 악질적 주체였습니다.
네 번째는 보증금 미반환입니다. 이는 역전세 환경에서 자주 나오는 일인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제 시점에 반환하지 못하는 경우 전부를 통칭합니다. 이 임대인에는 가장 악질적인 사기범도 있으며, 혹은 일시적으로 주지 못하는 일반적인 임대인들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언론 기사들은 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가령, 동탄 등에서 발표된 전세 사기라고 기사화된 뉴스의 경우에는, 고 레버리지로 오피스텔에 투자했다가 파산하게 되는 케이스이며, 사기성은 이후 조사해야 하겠지만 이 자체만으로는 의도가 있기보다는, 무리한 확장이 시장 불황을 만나면서 파산하는 케이스에 가깝다고 보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기성이 없었는지 있었는지 여부는 수사를 통해서 밝혀지겠지만, 이처럼 고 레버리지에 파산하는 투자자 전부가 사기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을 것입니다.
최근 여러 언론에서 이를 잘 구분하지 않고, 전세보증금 미반환조차도 전세 사기로 표현합니다. 또 일부에서는 임차인이 실수할 수도 있는 것이 임대차계약이어서 임차인의 부주의도 조심해야 하지만, 사기 사건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사기 사건인 만큼 주의를 충분히 기울이더라도 극복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이런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들에게 주의를 더 기울였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상처에 소금 뿌리는 행위가 됩니다.
최소한 부동산 전문가를 지향하는 트러스테이와 이 커뮤니티에서만큼은, 이 구분을 잘하고, 앞으로 나올 대책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응원 혹은 비평하기를 바랍니다.
홈노크 앱 설치하고 매일 업데이트 되는 부동산 인사이트 확인해 보세요.
이 정보가 유익했다면 소중한 사람들과 나눠보세요.
올해 종부세는 얼마일까?
세무서 방문 없이 예상세금 무료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