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부동산 전문위원

2023.04.01 11:00

투자

전망에 목숨 걸지 마라. 잘 안 맞는다.

Summary

  • 광속의 시대, 시장도 빠르게 움직인다
  • 더블딥 올까? 이슈 때마다 출렁 가능성
  • 전망은 옷깃에 스치는 바람 같은 것

 

주변의 한 무주택자에게 물어보니 연말에 집값이 가장 쌀 테니 그때 사겠다고 했다. 그렇게 답하는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 서너 명이나 되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유튜브에서 들었다고 했다. 유튜브에서 연말쯤 바닥이 올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에 한마디 했다. "당신의 예측대로 시장은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시장은 당신보다 똑똑하다."

 

이번에 서울지역 아파트값 반등이 생각보다 빨리 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1월 들어 전월 대비 0.81% 상승했다. 지나고 보니 작년 12월이 바닥이었다. 고금리 태풍에 빠른 속도로 급락하다 보니 반등도 빨라진 것이다. 단기 낙폭 과대에 따른 자율반등 성격이 강하다. 문제는 서울아파트는 지금처럼 거래가 늘어나면 곧 싼 게 다 팔려 계륵 장이 될 수 있다.

 

가격 메리트가 있는 급매물이 사라져 집 사기가 애매한 장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세는 비관의 벽을 타고 오른다고 했던가. 공포 세일이 한창일 때, 모두가 벌벌 떨고 있을 때, 그때가 바닥이었다. 물론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여전히 실거래가로 내림세를 보인다. 지역 차별화 현상이 극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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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장은 옛날 그 시장이 아니다. 시장은 빠른 속도에 갈수록 고 지능화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 한마디로 다 대학 나왔다. 모두 다 똑똑하다. 이번 반등은 시장의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의 힘일 수도 있다. 외부의 압력이나 영향이 없이도 구성원의 끊임없는 되먹임과 재구성으로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학습 능력을 키우고 대응 방안을 찾는다. 정보가 전광석화처럼 빨리 전달되는 스마트폰 시대에는 자기조직화도 빨라질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시장도 예상보다 뭐든 빠르게 움직인다.

 

자, 그런데 이번에 바닥을 찍었으니 앞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단언하기 어렵다.

 

2008~2012년 때처럼 일시 상승하다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 1차 바닥에 이어 2차 바닥이 또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더블딥(double dip)인데, 꼭 그렇게 된다는 게 아니라 하나의 가능성이다. 세상사는 동일 반복이 아니라 차이 반복이다. 올해 시장은 글로벌 금융 이슈나 부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출렁거릴 것이다. 여전히 시장은 살얼음판이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연말이 바닥이 올 것이라는 전망은 그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말 이전에 올 수 있고, 내년 이후에 올 수도 있다. 다만 상승 랠리가 곧바로 다시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도는 확실할 것이다. 다시 랠리가 오기 위해선 에너지를 더 비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수시로 움직이는 유기체다. 내가 이쪽으로 움직일 거로 생각하면 어느새 다른 곳으로 달아나 버린다. 전망은 마치 옷깃에 스미는 바람처럼 지나가는 것이다. 그러하니 함부로 예측하거나 전망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장의 흐름을 겸허하게 경청하는 개방적 생각이 중요해진다. 오설리반의 <도시경제학>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경제예측을 하는 사람은 사시(cross-eye)의 투창선수와 같다. 그는 정확성을 다투는 시합에서는 별로 이기지는 못한다. 그러나 군중의 이목을 계속 받을 것이다." ​

 

​요즘 경제예측이 하나의 매력적인 비즈니스가 되어버렸고, 예측에 빌붙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 ​​틀리더라도 손해를 배상하라는 항의가 없으니 틀려도 그만이다. ​​어떻게 보면 예측산업이라는 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활용한 리스크 없는 장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전망에 목숨 걸지 마라. 잘 안 맞는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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