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장

2023.03.31 11:00

재테크 에세이

공포의 체리 몰딩에서 살아남기

Summary

  • 아무리 피해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체리 몰딩의 기운”
  • 자가가 아니라는 상징일 수도 있는 체리 몰딩 ”
  • 인테리어는 돌고 돈다.”

 

“인테리어는 무슨, 제발 체리 몰딩만 아니면 좋겠어요. 내 집도 아니다 보니 싹 뜯어고칠 수도 없고, 시트지 작업만 하려고 해도 비용이 후덜덜 하네요. 한 번씩 지인들 초대하려고 해도 체리 몰딩 때문에 부끄러워서 못 하겠어요.”

 

“집에서 이쁜 사진을 찍고 싶어도 체리 몰딩의 기운이 남아 있어서 어떻게 찍어도 이쁘게 나오질 않아요ㅠ 분명히 체리 몰딩을 피해서 찍었는데 빛이 반사되는 건지 사진상에 그 기운이 느껴져요. 전세를 살든 오래된 집에 살든 상관없는데 제발 체리 몰딩만큼은 떠나고 싶어요~”

 

언젠가부터 집 안의 인테리어도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과시를 위한 투자 중 끝판왕이 인테리어라는 차트를 본 적이 있었네요. 물론 오래전부터 고급스러운 주택이나 아파트는 범접할 수 없는 인테리어로 그 위상을 뽐을 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인테리어보다 바로 티(?)를 낼 수 있는 패션 아이템 또는 자동차에 더 관심을 두지 않았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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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가 오면서 외부로 돌아다니기 어렵다 보니 집콕족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외부에 보일 아이템보다 내부에서 살아갈 공간을 꾸미는 문화가 더욱 활발해졌었습니다. 이왕이면 사진을 찍어서 별그램에 올려 자랑도 할 수 있으면 좋을 고급스럽고 트렌디한 인테리어를 더욱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아주 큰 복병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바로 오늘 말하고자 하는 ‘공포의 체리 몰딩’이 바로 그것입니다.

 

 먼저 체리 몰딩이 무엇일까요? 빌라 투자를 해보신 분이나 연식이 있는 아파트들을 매수하여 인테리어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것입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아! 인테리어 비용 좀 들겠구나 라는 탄성이 나오게 하는 칙칙한 분위기를 만드는 그 장본인이 체리 몰딩 인테리어입니다.

 

지금은 촌스럽고 꺼려지는 인테리어이지만, 한때 이 체리색의 원목 인테리어가 대세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바야흐로 90년대 아파트의 대형평수화 및 고급화 전략에 맞게 천장과 벽 그리고 바닥이 만나는 이음매인 몰딩 부분의 색을 체리색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이 색상은 그 당시 고급화를 위해 원목의 중후함을 살리려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체리 몰딩은 고급 아파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아파트에도 유행으로 번져 지금 우리가 90년에 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해 임장을 다니다 보면 소형 아파트에도 자주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제 가족은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오면서 지인들을 초대하는 것을 즐겨하고 있습니다. 원래 캠핑을 더 좋아했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다 보니 어차피 요리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거 집에서 조금 더 편하고 쾌적하여 즐기고 싶어졌습니다. 최근에도 지인을 초대하여 식사를 함께하면서 나눈 이야기 중 체리 몰딩에 대한 주제가 있어 글 앞에 언급해보았습니다.

 

지인들 모두 투자하는 분들이라 내 집에 큰돈을 깔고 앉기 싫어 전세를 살고 있는 것이라 남자들 입장에서는 체리 몰딩이든 뭐든 크게 상관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내분들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명백히 알게 된 대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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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가족 역시 투자를 위해서 다양한 주택에서 거주하였습니다. 오피스텔에서부터 20년 넘은 아파트, 그리고 몇몇 빌라를 거쳐 지금의 아파트에 살게 되었는데요. 사실 좁은 곳에서 살면서 인테리어 때문에 답답하고 현타를 맞을 때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투자를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최대한 외식을 줄이고 나들이도 줄였던 제 가족은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남들보다 좀 더 많았기 때문이었을지 모르겠네요. 전에도 한번 언급했지만, 저희가 매수한 아파트에 들어올 세입자를 위해서 천만 원 넘게 투입하여 이쁘게 인테리어를 해주는데 정작 제 가족은 체리 몰딩이 가득한 좁은 집에서 살고 있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그날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체리 몰딩의 결론은 이랬습니다. 체리 몰딩이든 오래된 집이든 다 지나갈 것들이라고요. 지금 당장 지인을 초대하기 부끄럽더라고,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이쁘게 나오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이것들은 우리가 앞으로 투자하여 나올 성과에 비하면 하나의 추억이 될 것이라고 힘들더라도 참고 이겨내자는 한 지인의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네요.

 

제가 체리 몰딩으로 되어 있는 집을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요즘 개성을살리기 위해 일부러 체리 몰딩을 활용하여 인테리어하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 세대가 느끼는 것을 공유한 것이며, 많은 분이 자가로 들어가면서 싹 인테리어를 고치고 들어가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체리 몰딩은 건들지 못하고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만약 그 이유가 투자를 위해 내 집이 아닌 남의 집에서 세 들어 살기에 인테리어를 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더 큰 미래를 위해 참고 견뎌내자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지금 유행하는 화이트 또는 모던한 인테리어가 수십 년 뒤에는 너무 밋밋한 촌스러운 디자인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지난번 올렸던 “인테리어는 투자일까?”라는 글의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투자에 대한 큰 그림이 있다면 체리 몰딩의 공포 따위는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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