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장

2022.10.21 11:00

재테크 에세이

학군지와 생활 수준

Summary

  • 거주 환경과 삶의 수준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
  • 학군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 집을 사는(BUY) 것과 집에 사는(LIVE) 것은 극명하게 다르다

 

"제 꿈은 강남 입성입니다! 차곡차곡 열심히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강남 아파트 하나쯤은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매일 기쁘게 살아간답니다.!"

"당장 입주할 여력은 안 되지만 미래를 위해서 대치동에 갭투자로 아파트 하나 마련해 놓았습니다!"

 

누구든 더 좋은 곳에서 살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저희 부부 역시 꿈이 있었습니다. 부산에 있을 때는 해운대 마린시티에 입성하고 싶었고 경기도에 올라와서는 오랫동안 빌라 생활을 하다 보니 새 아파트에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투자 성과가 보이기 시작할 때쯤은 더 욕심이 생겨 강남에 입성하고 싶어졌습니다. 다만 한 방에 갈 수 없으니 차근차근 한 단계씩 올라가자 싶어 동남권에 위치한 신분당선 라인 아래쪽부터 시작했습니다.

 

경기도 용인. 민속촌과 에버랜드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버블 세븐에 속했던 화려한(?) 이력이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 버블 세븐의 주역이었던 수지구는 나름 학군지로 알려져 있으며, 신분당선 정차역이 4개나 있는 나름대로 교통이 발달된 지역이랍니다. 부동산 입지로는 판교/분당과 광교 사이에 있어 사람들에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역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활성화가 되기 시작하고 주변 지역과 어느 정도 키 맞추기를 하게 된 잠재적 힘?이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갑자기 수지라는 지역을 언급하는 걸까요? 수지의 부동산 현황이나 평가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더 나은 지역으로 가기 위해 잠시 정착한 곳이기도 하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학군지로 나름 이름이 알려진 지역이기 때문에 제가 오늘 이야기하려는 부분에 어느 정도 적합한 지역이라 판단하여 선정해 본 것입니다.

 

수지로 이사 오기 전 작은 소도시에 임대아파트와 민간아파트가 섞여 있는 지역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애들이 아직 어렸기 때문에 학군지라는 개념은 아직 필요 없었고, 단지 주거비만 줄일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을 그렇게 한 지역을 살다 보니 우리 생활도 조금씩 동화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주변 이웃들이 편안해지고 삶이 안정되고 있는 기분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 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점점 내가 있어도 되는 곳이 되는 것 같았던 겁니다. 늘 마음속으로는 ‘나는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잠시만 여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 사람들과는 다르다’ 라고 자기 암시를 했지만 주변 사람들과 경제적인 부분은 터놓고 이야기할 수도 없고, 이해해 줄 사람도 없음에 더 가슴앓이하다 보니 차라리 그들과 어울리는 쪽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희가 가지고 있는 분양권들이 입주를 시작하고 세입자를 받을 준비를 할 때 갑자기 현타가 왔습니다. 제가 거주했던 지역에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조금 있다는 가족들 대부분은 아이들이 자라 학교에 가게 될 때가 되면 학군을 위해서 평촌으로 이사를 갔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멀리 간다면 수지나 분당을 선택했고요. 이때 저희가 현타가 온 것은 우리는 계속 이 지역에 머물러 있는데 저희가 가지고 있는 평촌, 수지 아파트에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집을 몇 채 가지고 있으면 뭐하냐? 세입자 인테리어 신경 쓰고, 남들에게 집을 제공하는 좋은 일만 시키는 것 같은 허망함에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좀 더 주거비를 아끼며 생활 수준은 유지하려고 했던 계획을 바꾸고 우리도 한번 생활 수준을 바꿔 상급지에 살아보자는 생각에 지금 사는 수지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과거 이야기가 조금 길었지만, 핵심은 수지에 이사 와서 지금까지 살아가면서 느낀 점이 크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껏 가지고 있던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된 전환점이기도 하고요. 먼저 학군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학군지라고 하면 단지 학원가가 모여 있어 면학 분위기가 이뤄지고, 그만큼 ‘맹모’들이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이라고 단순히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굳이 학군지에 갈 필요가 없다는 어리석은 판단을 했던 것이고요.

 

그런데 나름 학군지라는 곳에 살아보니 제가 알고 있던 학군지와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학원가’는 학군지 하나의 옵션일 뿐이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면학 분위기를 위해 부모들의 노력이 얼마나 투입되고 있냐 였습니다. 이 노력이란 것은 지역마다 달라지겠지만, 그 지역 삶의 수준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내 아이가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그 아이의 부모의 수준도 중요하겠지만, 그 아이 조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 아이의 공부를 위해서는 첫째가 엄마의 정보력이고 둘째는 아빠의 무관심, 그리고 마지막이 조부모의 능력(재산)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아빠의 무관심이란 부분은 공감할 수 없지만, 첫 번째, 세 번째는 정말 공감하는 바가 크답니다. 대를 넘어오면서 영향을 받아온 교육 수준과 생활 태도. 이것은 부모가 사업 성공으로 벼락부자가 된다고 해서 단순히 돈을 주고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없는 부분이며, 능력 있는 조부모가 그들 후손과 자연스럽게 살아온 방식이기에 그 지역의 수준을 이끄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부분에서 제가 받은 특별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아이들 하원을 기다리면서 옆에 손녀와 할머니가 같이 서서 나누는 대화를 엿듣게 되었습니다. 손녀는 중학생으로 보였는데 요즘 공부가 잘 안돼서 고민이라고 할머니에게 투정을 부리는 듯했습니다. 여기서 제가 알고 있는 할머니들의 반응은 보통 ‘아이고 힘들지? 우리 손녀 잘할 거야~’라며 위로를 할 거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옆에 있던 할머니는 ‘지금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지? 2차 방정식 하는 거지? 그거는 00문제집으로 반복하면 좀 쉬워질 거야. 그리고 엄마아빠는 학원 그만 보내려고 하던데 너 어렵다고 하니 할머니가 학원 하나 더 보내줄까?’ 라는 것입니다. 저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할머니 입에서 2차 방정식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도 신기했지만, 진도에 대해 체크를 하고 손녀가 어려워하면 언제든지 학원을 더 보내줄 수 있는 능력에 더욱 놀랐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이 지역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에 조금 기가 죽은 부분도 있습니다.

 

그냥 단순히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더 잘 살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공부를 시키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가족 전체가 공부란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되더라는 것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알려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모가 서울대를 나오고 의사인 부모는 자식들에 단순히 학원 뺑뺑이를 돌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면서 마냥 놀이터에서 뛰어놀게 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자연스럽게 지식과 경험을 쌓아 놓으면 나중에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음을 부모는 알고 있기에 더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것이죠. 학원 뺑뺑이의 수준도 다르다는 것입니다.

 

사실 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을 때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경험을 줄 수 없기에 ‘아이들은 자연에서 뛰어노는 것이 더 좋다’라는 말로 이쁘게 포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여유가 있다면 아이스하키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고, 골프도 1주일에 한 번이 아닌 매일 배우게 하고 싶거든요. 그렇게 부모와 조부모의 능력과 재력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범위와 수준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니 마음이 참 착잡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학군지라는 곳으로 왔지만 진정한 학군지의 맛?을 느끼기에는 아직 역량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학군지를 상급지를 본다는 가정하에 우리가 상급지로 올라간다고 해서 과 연 100%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고요. 수지가 이런데 내가 더 노력해서 분당에 간다면? 더 올라가 목동에 가고 강남 대치동에 가고 압구정에 간다면 과연 그 학군에 맞는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입니다. 단순히 그 집에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지역에 갭투자로 아파트는 사 놓을 수는 있겠지만, 그 아파트에 들어가서 산다는 것은 전혀 다른 수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왜 더 좋은 곳에서 살고 싶은 걸까요? 지난 글에서도 말했지만, 자신만의 이유로 더 좋은 조건이 있는 상급지로 가고 싶어 합니다. 교통, 학군, 인프라 등이 각각의 이유가 있겠지만 더 통합적으로 본다면 더 나은 사람들끼리 모이고 싶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생활 수준이 맞는, 소득 수준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거리낌 없이 지내며 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나와 같은 교육 수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 나와 같이 좋은 곳을 가고 더 맛있는 것은 함께 먹으며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 있는 곳에 살고 싶다는 것이죠.

 

오늘은 거의 저의 개인적인 소감 같은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학군지에 이야기를 했지만, 상급지에 대한 열망과도 비슷한 부분입니다. 여러분들도 이 부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시간을 가져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수지는 상급지 일수도 하급지일 수도 있습니다. 특정 지역에 대한 것이 아닌 정말 나는 무엇을 위해 상급지에 가려고 하는가? 과연 나는 상급지에 가서 그들이 영위하고 있는 삶에 걸맞은 사람인가? 지금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상급지가 단순히 재테크 수단이 아닌 정말 그 속에 들어가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하고 싶은 곳이라면 삶의 방향성이 많이 달라질 수 있으니 한 번쯤은 고민해 보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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