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장
2022.09.23 11:00
비싸다는 말은 하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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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예요? 전세예요?”
"이번에 분양하는 그 단지 말이야. 너무 비싼 거 같지 않아? 그 자리에 0억 원 분양가가 말이 되냐고!"
"여기 당첨 바랄 바에 차라리 서울 간다. 서울!"
어느 지역이든 아파트 분양 공고가 나올 때마다 나오는 말인 듯합니다. 분양가가 나오기 전에는 여기저기에서 카더라 금액이 나오기 시작하고 일부는 낮은 분양가를 희망하며 공고가 나오길 기다립니다. 하지만 막상 분양가가 발표되면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에 실망하고 그 단지의 안티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원/안양/시흥/동탄 등 경기도 남부권에 아파트 분양이 활황인 시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지인들에게 정보를 주기 위해 분양 공고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입지와 가능성을 분석하였습니다. 물론 재능 기부 같은 봉사를 하기 위함은 아녔습니다. 그 당시 분양권 투자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던 시기라 더 이상 매수를 할 수 없기에 정말 내가 투자한다는 가정하에 공부하였고 나만 알고 있는 정보로 썩히기에는 아까워 필요한 분들에게 공유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다지 질 좋은 정보가 아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근데 홍사장님, 여기 너무 비싸지 않나요? 차라리 00지역 아파트 사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괜히 당첨되었다가 물리면 어떻게 하죠?"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말고 일단 당첨되고 난 뒤 걱정하는 게 맞는 것 같네요"
사람들은 왜 새로운 것이 나오면 비싸다는 시선으로 먼저 다가서게 되는 걸까요? 판매자가 판매하려는 가격 그대로를 봐줄 수는 없는 걸까요?
얼마 전에도 애플에서 아이폰 신형이 나왔습니다. 환율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폰 신형이 출시되자마자 비싸다며 이번에는 많이 팔리지 않을 거라는 추측성 기사들이 즐비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아이폰을 살 사람은 살 거고,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은 가격이 얼마든 지불할 의지가 있을 거로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아파트는 어떨까요? 옆 단지에 10년 된 아파트가 3억 원인데 이번에 새로 분양한 아파트 분양가 5억 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아마 여기저기에서 비싸게 분양했다고 난리법석이 나겠지요. 하지만 그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 사람, 그 아파트의 가치를 아는 사람, 이미 5년 후 그 단지의 입지를 그려 본 사람은 묵묵히 청약을 넣고 기다리거나, 당첨 후 너무 비싼 거 아니냐는 근거 없는 두려움에 분양권을 급매로 던지는 것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부동산 투자를 십수년간 이어오면서 늘 보고 겪은 것이라 이러한 상황은 왜 이러냐는 것일까 곰곰이 한번 고민해 보았습니다. 먼저 앞에서 언급한 상황과 같이 무엇인가를 비교할 때 너무 절댓값으로만 비교해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첫째 아들이 저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아빠, 세상에서 제일 비싼 차는 얼마 정도 해요?"
"음.. 보통 1-2억 원짜리는 길에서 보이지만, 정말 비싼 차들은 10억 원이 넘어가지 않을까?"
"그럼 제일 비싼 차가 제일 좋은 거예요?"
"그건 아니지. 트럭 중에서도 엄청 비싼 트럭이 있거든. 비싸다고 누구에게나 좋은 차는 아니겠지?"
"그럼 세상에서 제일 좋은 차는 뭐예요?"
"음... 아빠한테는 우리 집 차가 제일 좋은 거 같은데?"
" 그런 거 말고, 진짜 좋은 차!"
" 근데 사람마다 좋다는 기준이 달라서 모르겠는데? 병원에서는 응급차가 제일 좋고, 택배회사에는 화물차가 제일 좋고, 우리같이 캠핑 다니는 가족에게는 캠핑카가 최고지! 사람마다 상황마다 필요에 따라 좋은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아들이 질문했던 것처럼 한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무엇일까요? 아마 강남에 있는 000아파트에 펜트하우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는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위 아파트의 펜트하우스가 될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아파트는 불편할 수도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물건의 가격은 판매자가 최초 제시를 하겠지만, 시장가격은 시장이 결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가격이 높다면 팔리지 않고 재고가 쌓이게 되어 적당한 할인을 통해 유통될 수 있게 가격이 재측정되게 됩니다. 만약 가격이 너무 낮아서 순식간에 매진이 되거나 판매량이 많게 되면 그다음 생산물량부터는 가격을 조금씩 올려서 적당한 유통량을 찾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물건 또는 아파트 가격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비싸다는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것 같습니다. 5억 원이 3억 원보다 큰 것은 절대적으로 당연합니다. 하지만 5억 원 3억 원의 차이인 2억 원만큼의 갭에는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하나 이유를 따져보고 자신에게 맞는 항목이 있다면 아파트가 제공해 줄 가치와 금액을 재어보고 선택할지 안 할지 판단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단순히 자기 능력에는 버거워서, 옆집보다 가격이 더 높다해서 비싸니깐 별로라는 결론은 이제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겉으로 보이는 절대 가격만으로 비싸다고 판단하여 좋은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물론 지금같이 경제 침체와 부동산 하락시기에는 강남의 노른자 땅에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해도 예전처럼 흥행몰이를 하긴 힘들 것입니다. 어쩌면 미분양이 날 수도 있겠지요. 부동산 하락기를 맞아 기존 아파트들의 가격은 하락했는데 이제 막 분양을 시작하는 아파트 가격이 월등히 높으니 욕을 먹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원자잿값까지 상승했으니 건설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없겠지요.
그래서 현명한 우리는 가격의 숫자로만 비교해서 비싸다고 할 것이 아니라, 아파트가 우리에게 제공해줄 가치의 크기와 가격을 비교해서 비싼 물건인지 판단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분양한 단지를 찾아보고 주변 시세와 비교하며 연습해보시길 권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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