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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으로 활동중인 박원갑 부동산 전문가가 그동안의 투자 노하우를 살려 부동산 투자 전략을 쉽게 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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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들은 버는 만큼 돈을 쓸까?

 

그렇지 않다. 부자일수록 한계소비성향(소득이 1단위 추가로 증가할 때 소비지출의 크기)이 낮다. 소득은 증가해도 먹고 입는 데 지출하는 돈은 그만큼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득이 곱절 늘어도 하루에 세 끼인 밥을 여섯 끼로 늘리지 않으니 말이다.

 

부자들은 그 대신 ‘남아도는 소득을 어디에 저장할까’에 관심을 쏟는다. 부자들이 골몰하는 것은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표현처럼 입고 쓰는 데 필요한 ‘향유 자본’보다는 부를 늘리는 ‘투자 자본’이다.

 

 

📍 부즉다사(富卽多事)라고 했던가, 돈이나 재물이 많으면 일도 많은 법이다

 

부자들은 티 내지 않고 부를 저장하고 싶어 한다. 저장한 재산은 나중에 뜻깊은 데 사용할 수도 있고, 자녀에게 물려줄 수도 있다. 여기에서 축장(蓄藏·hoarding)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돈을 콘크리트 건물에 저장하는 것은 대표적인 축장 행위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경쟁자 몰래 땅속에 저장하듯이 말이다. 건물은 태풍이 불어도 날아갈 일이 없다.

 

홍익대 유현준 교수는 “수렵 채취 시대에 돼지가 가치저장수단이었다면 현대사회에서는 아파트가 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누구나 선망하는 인기 지역 아파트는 매력적인 가치저장의 수단이 될 것이다.

 

 

📍 아파트는 굳이 자신이 소유자라는 것을 밝히지 않는 한 누구 것인지 잘 모른다

 

작정하고 남의 등기부 등본을 뒤질 일은 흔치 않다. 하지만 승용차나 옷, 시계 등을 보면 금세 부자인지 아닌지 눈치챌 수 있다.

 

이러니 강남 아파트는 부자들에게 돈을 잘 드러내지 않고 안전하게 축장할 수 있는 1차 ‘머니 저장 창고’인 셈이다. 축장은 실거주를 위한 ‘똘똘한 한 채’ 매입이나 갭투자 등의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 성공적인 축장을 위해서는 나중에 되팔 때의 환금성을 고려해야 한다

 

아파트는 금고 안에 넣어둔 5만 원짜리 지폐보다는 못 하지만 다른 부동산에 비해서 돈으로 바꾸기 쉽다. 아파트는 전체 주택의 64.6%(2023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물량이 많고, 다른 부동산에 비해 거래 회전율도 높다.

 

아파트는 금융위기나 거래절벽 사태 같은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곤 원할 때 언제든지 돈으로 바꿀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다. 다시 말해 아파트는 가치를 저장하고 있다가 언제든지 캐시로 만들 수 있는 실물 화폐이자 현금인출기(ATM)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마음 편히 돈을 묻어두려면 고만고만한 물건을 고르지는 않을 것이다. 곡식을 저장할 때 썩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빼고 저장하듯이 말이다. 안전자산으로 이미 검증된 강남 아파트를 손쉬운 가치저장 공간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생각이 굳어진 데는 ‘묻어두기만 하면 돈이 되더라’는 경험치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슈퍼리치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축장 행위는 타인에 대한 과시라기보다는 자기 만족감의 일환이라는 측면이 강할 것이다. 집에 황금을 묻어두고 있으면 왠지 뿌듯한 것과 같다. 요즘 서울의 초고가 아파트의 등장은 ‘축장 자산’이라는 개념이 아니고선 이해하기 힘들다. 축장 행위로서 집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하이엔드 아파트값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질 수 있다.

 

 

📍 몇 년 전 베트남에서 프라이팬 공장을 운영하는 한 사업가는 강남권에 빌딩 2채를 샀다

 

그 자금은 한국에서 번 돈이 아니다. 베트남이라는 개발도상국에서 제품을 생산해서 일부는 현지에서 판매하고 수출을 해서 번 돈이다. 그 돈은 원화가 아니라 달러였다.

 

요즘 그 비싼 강남의 빌딩과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의 구입 자금 원천이 어디일까 궁금해진다. 이렇게 내수경기가 좋지 않고 부채도 많은데, 여전히 초고가 부동산은 탄탄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물경기와 따로 노는 현상이 심하다는 얘기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부동산 구입 자금이 반드시 국내에서 번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새 비트코인이나 엔비디아를 팔아서 인기 지역 아파트를 샀다는 사람을 가끔 본다. 얼마 전 비트코인으로 15억 원을 번 공무원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를 사러 간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이런 경우는 아주 일부이긴 하지만 과거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요새도 청년 갑부라고 해도 벤처기업을 일구어서 돈을 벌거나 지분 매각을 해서 사는 경우가 더 많다. 부모를 잘 만난 '다이아몬드 부자'도 가끔 있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앞으로는 핵심 요지의 고가 부동산 매입 자금 원천이 해외에서 얻은 소득인 경우가 늘어날 것 같다는 느낌이다. 말하자면 원화 벌이가 아닌 달러벌이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며, 투자도 로컬에서 글로벌로 지평이 넓어졌다

 

이렇게 된다면 초고가의 하이엔드 시장은 내수경기와 괴리되는 초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초양극화는 소득 양극화에 이은 공간의 ‘극과 극 사회’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늘도 존재한다. 부동산을 둘러싼 계급 갈등과 사회적 위화감이 커질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과 젊은 층에 심한 좌절을 안겨줄 수 있다. 무엇보다 자본의 가치에 의해 땀 흘리는 노동의 가치가 폄훼당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핵심 요약 부동산은 평등 의식 강한 한국사회에서 은밀한 콘크리트 축장이에요 아파트는 1차 머니 창고 역할을 해요 자금출처는 국내보다 글로벌 마켓인 경우도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