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장

2022.08.19 11:00

재테크 에세이

부동산 현타- 글과 현실의 괴리

Summary

  1. 현재 부동산 시장은 매수심리가 불안한 상황
  2. 자극적인 기사에 흔들려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길
  3. 현장에서 직접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

 

“00지역 2021년 입주 1500세대 대장 아파트 실거래가가 6억이나 떨어졌데!”

“진짜? 거기가 어떻게 그 가격이 될 수 있지?? 대박!”

“우리 거기 한번 가볼까? 12억짜리가 6억 대면 바겐 세일이잖아~”

 

요즘 부동산 기사들을 보면 여러 지역에서 아파트 실거래가가 폭락했다고 난리법석들입니다. 예전에는 2-3천만 원 내려 찍힌 실거래만 나와도 시끌시끌했는데 요즘에는 1-2억 원 하락은 우습고, 3억 원 이상의 가격이 떨어져 실거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전 몇 년 동안 많게는 아파트 가격이 2-3배씩 올랐으니 빠지는 속도가 그만큼 빠르고 금액도 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지금은 아파트 가격만 내려가고 있는 것일까요?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 후 정부의 정책 강화로 많은 분들이 상가나 건물 투자로 많이들 돌아섰다고 합니다. 저 역시도 돈이 몰리는 곳을 무시할 수 없기에 한동안 상가 쪽을 많이 기웃거렸습니다. 상대적으로 제재가 없는 사업용 부동산은 수십 채를 사도 가산세가 크지 않고, 레버리지를 여전히 크게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의 관심이 아파트에 쏠려 있어 가격 하락 기사들이 아파트에 치우쳐 있지만, 상업용 부동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파트 거래 수에 비해서 상업용 부동산의 거래 수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기에 가시화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금리 상승과 경제 침체 우려로 인해 큰돈이 들어가는 부동산 매수 심리가 떨어진 이 시점에는 공동 주택이던 상업용 건물이던 매수심리가 높을 수는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매매가는 호가보다 급매가로 수렴되게 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겠죠. 2022년 현재의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이렇다는 것입니다.

 

요즘 주변에 나누는 대화의 주제가 대부분 부동산인 듯합니다. 제가 부동산에 관심이 많기 때문인지 몰라도 많은 분이 자신의 부동산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해줍니다. 한창 정부 정책이 강화될 때는 세금에 관해서 물어보더니, 지금 금리 상승 또는 가격 하락에 대한 대처 등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특별한 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금리 상승은 현상일 뿐이고 가격 하락은 결과일 뿐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굳이 에너지를 소모해가며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들 크게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언을 하기보다는 선택에 따라 나오는 결과를 잘 지켜보고 다음에 다시 올 기회에 어떤 선택을 할지 학습해보자고 이야기해주는 편입니다.

 

“선배님, 요즘 아파트값이 떨어져서 걱정입니다. 정말..”

“요즘 상투 잡은 사람들 힘들다고 곡소리 낸다고들 하더라고. 그래도 시간이 약이니 참고 기다려 봅시다. 그건 그렇고 얼마나 떨어진 거야?”

“많이 떨어졌습니다. 한 3천만 원 정도요.”

“이놈아! 그건 떨어진 게 아니지. 우리 집도 3억 넘게 떨어졌는데 3천만 원이면 그냥 실거래 변동성인 거지. 어차피 내 집 가격이 내려가도 안 팔면 상관없는 거고, 팔고 다른 곳에 가더라도 그만큼 가격이 내려가 있을 테니 크게 신경 쓰지 말고 내 집 하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버텨보자고.

 

이렇게 후배와의 대화에서 나온 3억 원이 하락한 지역 또는 기사나 인터넷 카페에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지역에 가보면 정말 그 매물을 그 가격에 살 수 있을까요? 한 단계 더 들어가 이 시기에 그 가격이라고 그 물건을 과연 매수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글로 쓰고 입으로 이야기하는 부동산 이야기는 참 쉽고 재밌을 수 있습니다. 왜냐면 강 넘어 불경하듯이 내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불행을 이야기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많은 언론사에서 글로써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해 남들의 이야기를 오만 자극적으로 기사화해서 뿌리는 것입니다. 정말 그 기자님들, 카페에서 떠드는 글쓴이들은 그 지역 임장을 해봤을까요? 대부분 그들도 카더라 소식을 듣고 자신만의 글쓰기 기술로 풀어낸 것 아닐까요? 하지만 정말 현장 가서 본인 스스로가 보고 듣고 난 뒤 내린 부동산 팩트는 글과 입으로 하는 이야기와는 아주 다릅니다.

 

중고차 허위 매물이 많은 것 아시죠? 그토록 갖고 싶었던 고급 외제차가 3천만원짜리 매물로 나왔기에 사무실에 찾아갔더니 이미 팔렸다고 하고 비슷한 외제차를 6천만 원에 소개하는 정형적인 미끼 매물에 꼭 있죠. 물론 강화된 법으로 인해 허위 매물은 많이 줄었지만, 부동산 시장에는 여전히 미끼 매물이 존재하며, 실제로 급급매 같이 가격이 내려간 매물 있다고 해도 그 지역에 처음 온 사람에게 선뜻 매수를 권하는 공인중개사분들은 없을 것입니다. 즉, 기사에 나온 몇억 떨어진 환상 같은 부동산을 거래한 사람은 거의 3가지 유형으로 압축됩니다. 지인(증여 등), 그 지역의 토박이, 전문 투자자(리스크 테이킹 가능한 사람) 중에 하나 아닐까요? 그렇기에 부동산값 폭락 기사만 보고 그 지역에 찾아가 같은 물건 내놓으라고 큰소리쳤다가 오히려 현타가 올 가능성이 큽니다. 3억 원 폭락해서 6억 원이 된 아파트 사러 갔다가 오히려 8억 원짜리 매물 또는 더 비싼 매물밖에 없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 거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한때 전세가가 폭락하는 시기에 지레 겁을 먹어 낮은 전세가로 금방 새로운 세입자를 구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지역 전세가는 하락이 아닌 오히려 더 높은 가격으로 체결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워낙 언론 등에서 전세가 하락을 경고했기에 저 역시 심리가 흔들려 실제 현장의 소리를 들을 여유가 없었던 거죠. 매매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지금 같이 부동산 가격 하락장이라는 분위기가 만연할 때는 정확한 분석보다는 불안 심리에 등 떠밀려 낮은 가격으로 매도하는 분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그만큼 가격하락 거래가 많아지게 되죠. 많게는 본인의 전 재산이 걸려있는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분위기에 휩싸여 손해를 보게 된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많은 분이 다주택자분들을 걱정해주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구독자 분들은 물론 상업용 부동산을 다수 가지고 계신 분들도 이런 안부 인사를 많이들 들으실 것입니다.

 

“ 요즘 괜찮아? 이자도 오르고 경기가 안 좋다고 하는데 어렵지 않아?”

 

저 역시도 오랜만에 만나는 분께 꼭 듣는 안부 인사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인사를 하시는 분은 보통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거나 자가 한 채 보유한 정도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별도 대답하기 보다는 미소를 지으며 “어렵지만 버티고 있습니다.”라고 간단한 인사로 끝을 낸답니다. 굳이 길게 말하면 설명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죠. 부동산 현장을 찾아다니며 어렵게 팩트를 찾아내기보다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떠도는 이야기에 사로잡혀 사실인 마냥 던지는 그런 인사에 굳이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부동산 투자하는 우리는 두리뭉실한 이야기보다 팩트와 자신만의 기준으로 정확한 판단할 수 있는 엣지있는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현명한 투자를 이어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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