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부동산 전문위원
2024.09.27 11:00
⚠️ 위험한 부동산 도식화의 오류
😎 KB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으로 활동중인 박원갑 부동산 전문가가 그동안의 투자 노하우를 살려 부동산 투자 전략을 쉽게 알려드려요.
📍 도식화된 지식은 시장 흐름을 놓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칫 미망에 빠지게 합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몇 가지 지식을 가지고 함부로 시장을 예단하는 것입니다. 도식화의 오류만큼 위험하고 무서운 것은 없습니다.
지난해 말까지 득세하던 부동산시장의 비관론이 요즘은 조용합니다. 논리적으로 상당한 호소력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요즘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선 과열을 걱정할 정도로 아파트 시장이 달아오릅니다. 비관론을 받아들였던 사람들은 요즘 당혹스러워할 것입니다.
우리가 얻는 교훈은 이런 것입니다. 변화무쌍한 시장의 욕망과 트렌드를 천착하지 않으면 시장 흐름을 놓치기 쉽다는 점입니다. 몇 가지를 짚어봅시다.
📍 첫째, 수요(demand)가 안정적일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경기가 이렇게 안 좋고 금리도 높은데 누가 집을 사겠냐는 논리는 한동안 먹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 수요는 확 달라집니다. 올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4,000건을 넘어서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말과 올 3월에 거시적 환경이 크게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시장이 갑자기 돌변했습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정보전달속도가 빨라지면서 시장 수요자들이 군집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요는 얌전한 고양이가 아니라 언제든지 부뚜막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수요는 가변적이며, 때로는 변덕을 부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둘째, 매물이 늘어나면 아파트값이 떨어진다는 논리도 틀릴 수 있습니다.
단순 도식 사고의 대표적 오류입니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2024년 9월 22일 현재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8만 2,041건입니다. 이는 2023년 12월 말 7만 5,117건에 비하면 거의 7,000건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단순하게 본다면 매물 건수가 늘어났으니, 아파트값은 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는 실거래가 지수로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6.6% 올랐습니다.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의 하락 요인이지 반드시 하락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상승 요인이 많으면 가격이 오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집주인이 호가를 높게 내놓으면 매물이 늘어도 가격은 오를 수 있습니다.
주택시장에서 집주인이 내놓은 매물 공급도 공급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얼죽신’이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신규아파트 쏠림현상이 강합니다. 낡은 재고아파트 인기가 없으니, 유통시장에서 매물 공급은 과거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진정한 공급은 신규로 나오는 공급이며, 신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 셋째, 갭투자 늘어야 집값 오른다는 논리도 요즘 시장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갭투자 비중은 2021년 12월 60.1%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38.9%로 떨어지더니 올 5월에는 37.3%까지 낮아졌습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 비율이 54%로 낮은 수준이라 갭투자는 엄두를 못 냅니다.
요즘 주택시장의 흐름은 갭투자보다는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입니다. 최근 1년간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이 성동구와 광진구라는 점은 이를 말해줍니다. 갭투자가 많지 않아도 집값이 오를 수 있습니다.
📍 넷째, 국내 총생산(GDP) 대비 주택 시가총액이 높으면 집값이 오를 일 없다는 논리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GDP 대비 주택 시가총액은 2.8배입니다. 2021년 3.2배, 지난해 3배로 약간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2010년 초중반 만해도 2배 초반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버블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토지나 상가를 사지 않고 오로지 아파트만 삽니다. 아파트 쏠림현상이자 편식 현상이 강합니다. 이런 상황에선 GDP 대비 주택 시가총액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중위소득 가구가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를 의미하는 주택구매 물량지수는 6.4로 집계됐습니다. 2022년(3.0)보다 올랐지만, 10년 전인 2013년(27.4)과 비교하면 여전히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 하지만 이런 지표로만 본다면 지금의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 현상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2022년 현재 93.7%로 전년보다 낮아졌으며 지난해 서울아파트의 25%가량을 서울 밖 외지인이 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지방 거주자들이 서울 아파트를 인구 쇼크를 피할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생각하고 구입하면 이성적인 분석 자체가 잘 안 먹힐 수 있습니다.
📍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한두 가지 팩트로 성급히 결론을 내고 싶은 ‘인지적 종결 욕구’에서 좀 벗어나야 한다는 점입니다.
시장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만큼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유연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집단지성의 결집체라고 할 수 있는 시장이 나보다 똑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겸허함도 필요한 덕목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분석이나 전망이 틀릴 수 있습니다. 한 사람보다 여러 사람의 중지를 모으고 합리적 의심을 가져보는 것도 지식 도그마나 단순화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입니다. 책상에 앉아서 탁상공론하기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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