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가 4년 만에 부활하는 양도소득세 중과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2주 내에 매매 약정을 완료해야 한다.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나는 5월 10일 이후에는 보유세 규제와 매물 잠김 등이 시장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12곳의 다주택자는 다음달 17일께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마쳐야 양도세 중과를 적용받지 않는다. 평일 기준 최대 15일이 걸리는 심사를 통과해야 매매 본계약을 할 수 있어서다. 자료 보완 절차로 인해 최장 한 달이 걸린 사례도 나왔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물은 쏟아졌지만, 거래로 이어지는 속도는 더디다.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하는 매수자와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가격을 받으려는 매도자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져서다.
'양도세 중과 시행 임박…집값 '추세적 하락' 관건
서초 등 매물 50%대 급증했지만 일부 집주인은 다시 거둬들여
다주택자에 대한 전방위 압박은 지난 1월 23일 이재명 대통령의 SNS를 통해 본격화됐다. 이후 두 달간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오는 5월 9일 만료(계약 기준)되는 양도세 중과 유예 기한 내 집을 팔려는 ‘절세 매물’이 쌓이며 서울 강남구 아파트 가격이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주택자가 ‘급매’와 ‘버티기’ 사이를 저울질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2주가량 남았다. 시장에서는 “무주택자가 다주택자 급매물을 잡을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과 5월 9일 이후에도 추세적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강남 다주택 매매 2.5배 급증
30일 서울시와 새올전자민원창구에 따르면 이달 들어 29일까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1073건으로 지난달(512건)의 두 배를 넘어섰다. 중과세 유예 시한이 다가오면서 가격대를 적극적으로 조정한 매물이 거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지거래허가 신청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지역은 강남구다. 1월 222건이던 신청 건수가 2월 135건으로 줄었다가 3월 들어 331건으로 급증했다. 지난달 대비 증가 폭이 2.5배에 달했다.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규제지역에서 거래가 얼마나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지난해 10월 15일부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에서 매수자와 매도자는 거래를 약정한 뒤 담당 자치구에 ‘허가 신청→허가 완료→정식 계약→실거래 신고’ 순으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매물 증가 속도 대비 약정 건수를 감안하면 여전히 ‘줄다리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7585건으로 1월 23일(5만6219건)에 비해 38.0% 늘었다. 강남 3구 중 송파구(65.6%)의 증가 폭이 컸다. 서초구와 강남구도 연초 대비 각각 51.4%, 44.8% 증가했다.
◇“매도·매수자 모두 기회”
일단 강남권은 마음이 급한 매도자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주(23일 기준)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7.3으로 4주째 100(기준)을 밑돌았다. 지난해 1월 셋째주 98.4를 기록한 이후 57주 만에 가장 낮다. 이 지수는 부동산 시장 수요와 공급의 상대적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우위에 있다는 의미다.
상당수 매물이 이미 소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기준으로 1월 말과 비교해서는 매물이 크게 늘어났지만, 서울 매물이 첫 8만 건을 돌파한 지난 21일(8만800건)과 비교하면 3.2% 줄었다. 한강 벨트 지역에서 용산구 성동구 송파구가 같은 기간 매물이 소폭 감소했다. 송파구의 A공인 관계자는 “팔 사람은 상당수 팔았고 증여도 적지 않았다”며 “일부 다주택자는 매각이 안 될 경우 증여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1~2주가 다주택자가 중과세 없이 매물을 처분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신청 후 허가까지 법적으로 평일 기준 최장 15일(주말 포함 3주가량)이 걸린다. 어린이날인 5월 5일과 토요일인 5월 9일을 제외하면 4월 17일이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서초구는 2월 27일 신청된 건이 자료 보완으로 인해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다주택자 중에서도 고령자 등 과도한 세금 부담을 견딜 수 없는 소유자는 중과세를 내더라도 매도를 택할 수 있다”며 “향후 시장 방향은 보유세 강화 여부와 강도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