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

한남동은 '1채' 140억인데…'7000만원' 서울 아파트의 현실 [돈앤톡]

2026.03.24 09:41

올해도 서울 아파트 가격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상급지 주요 단지는 100억원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됐지만 서울 외곽 지역에선 1억원이 채 되지 않은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대출 규제 및 세금 강화 등은 양극화를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단지는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44㎡로 지난 1월 12일 140억40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이 면적대는 지난해 8월 167억원에 매매 계약을 맺으면서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7개월 만에 첫 거래지만 당시 최고가보다는 26억6000만원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단지입니다.

반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된 단지는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썬앤빌' 전용 14㎡로 지난 1월 22일 7000만원에 팔렸습니다. 지난해 2월 8000만원까지 갔던 이 면적대는 지난해 하반기 7300만원까지 내리더니 올해 들어 가격이 더 내려갔습니다. 나인원한남 전용 244㎡를 매도하면 썬앤빌 전용 14㎡를 200가구 넘게 살 수 있습니다.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국민평형'인 전용 84㎡로만 비교해도 가격 차이는 뚜렷합니다.

전용 84㎡ 가운데 올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린 단지는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청담르엘' 입주권입니다. 이 단지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 2월 12일 67억원에 손바뀜했습니다. 지난해 11월 기록한 신고가 65억원보다 2억원 더 오른 수준입니다.

반면 성북구 정릉동에 있는 '동일스카이' 전용 82㎡는 지난 2월 23일 3억4500만원에 거래돼 서울에 있는 국민평형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에 팔렸습니다. 2022년 12월 2억6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첫 거래로, 약 4년 만에 불과 8000만원 올랐습니다.

양극화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먼저 서울이 '만성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 전반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선 공급이 더 제한적입니다. 인기 지역은 매물이 부족해 오히려 가격이 오르지만 외곽 지역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약해 가격 상승이 제한되는 셈입니다.

시장 환경이 '똘똘한 한 채'로 재편한 것도 한몫했습니다. 과거엔 아파트부터 빌라, 오피스텔까지 다양한 투자 자산에 '문어발'처럼 투자하던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금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선 세금 부담이 극에 달했습니다. 이에 다주택자들은 소위 '못난이'로 불리는 매물부터 처분하기 시작했고 결국 가장 좋은 1가구만 남기게 됐습니다. 서울 핵심지로 돈이 몰린 셈입니다.

대출 규제 역시 양극화를 키우는 핵심 요인입니다. 최근 대출 규제가 강화하면서 자금 조달 능력에 따라 시장 진입 가능 여부가 갈리고 있습니다. 자산 여력이 있는 수요층은 핵심 지역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대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매수가 제한됩니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양극화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대출 규제, 공급 구조 등 주요 변수들이 당분간 크게 변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입니다. 핵심 지역으로의 수요 집중이 계속되는 한 가격 격차는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당장 양극화의 원인이 사라진 것도 아닌데 해소가 가능하겠느냐"며 "속도는 더뎌도 양극화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이번 정부 들어 이런 양상에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대출 가능 금액을 집값에 따라 15억원 미만엔 6억원까지, 15억원 초과 25억원 미만은 4억원, 25억원 이상엔 2억원까지로 제한하자 오히려 15억원 미만 단지에 수요가 몰리고 25억원 이상 단지엔 수요가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대출이 최대로 가능한 지역에 돈이 몰리고 현금 부자들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엔 매물이 쌓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강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강남 3구, 용산구 등 최상급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는 모습입니다. 다만 급매가 쏟아지지만 원활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가격이 본격적으로 급락하진 않는 모양새입니다.

또 다른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이번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지방선거 이후 세금과 관련한 정책이 본격화하면 집값에도 일부 변화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런 양극화 흐름은 통계에도 나타납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시계열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5분위 배율은 12.9배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통계를 집계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습니다. 5분위 배율은 집값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서울 집값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과 하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 차이가 12배 이상으로 벌어졌단 얘기입니다. 더 쉽게 얘기해 상위 20% 아파트를 1채 팔면 하위 20% 아파트를 12가구 넘게 살 수 있습니다.

상위 20% 평균 가격을 하위 20% 평균 가격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2023년 8월 이후 꾸준히 올라 2025년 3월 처음으로 11배를 넘어섰고, 같은 해 7월 12배를 돌파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이송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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