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비용 절감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가장 직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그러나 최근 중소형 빌딩 시장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례는 ‘눈에 보이는 지출’을 줄이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 가치’를 훼손하는 치명적인 오류가 얼마나 쉽게 발생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일례로 서울 종로 핵심 입지 소재 연면적 약 1700㎡ 규모 중소형 빌딩을 소유한 P씨의 사례를 통해 자산관리의 본질을 간과했을 때 어떤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P씨는 3년 전 금융권 대출을 활용해 해당 빌딩을 매입한 뒤, 매월 약 100여만원 수준의 전문 자산관리 수수료를 절감하고자 직접 관리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직접 관리에 나선 후 현장에서 발생한 균열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자산의 기초 체력을 근본부터 잠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문적인 임차인 선정과 검증,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공실률은 통제 범위를 벗어난 수준으로 상승했고, 이는 곧 임차인의 임대료 체납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누적된 체납액은 빌딩의 현금 흐름을 급격히 악화시켰고, 결국 임대 수입만으로는 매달 상환해야 하는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관리비 100만원을 아끼려다 자산의 핵심 수익원인 ‘현금 흐름의 건전성’을 포기한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건물 노후화에 따른 수선 및 유지보수 비용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소유주의 관리 부담은 노동을 넘어 심각한 경제적 압박으로 전이됐습니다.
그러나 가장 치명적인 타격은 관리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불법 건축물’ 등재 사건이었습니다. 한 임차인이 소유주와의 충분한 협의나 공식적인 행정 허가 절차 없이 무단으로 창고 시설을 설치했고, 이 사실이 당국에 적발되면서 건축물대장에 불법 건축물로 명시된 것입니다. 이 사건의 파급력은 과태료 납부나 철거 비용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P씨는 금융기관과의 대출 연장을 위한 정기 미팅 자리에서 ‘담보 가치 하자에 따른 대출 연장 불가 및 전액 상환 요구’라는 최후통첩을 받기 전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금융 시스템에서 불법 건축물이 있는 자산은 금융기관의 내부 리스크 평가 기준에 따라 즉시 ‘담보 하자가 있는 리스크 자산’으로 분류됩니다. 비록 시설 설치의 직접적인 주체는 임차인이었지만, 관리·감독의 최종 책임을 소홀히 한 건물주가 행정적·금융적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입니다. 이는 P씨가 아끼려 했던 월 100만원의 수수료가 사실상 자산의 ‘금융적 무결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보험이자 필수 안전장치였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이 사례를 통해 향후 중소형 빌딩 시장의 구조적 재편 흐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투명한 관리 역량과 신뢰 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자산은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위기에 봉착한 P씨가 내린 선택은 뒤늦게나마 전문 자산관리회사에 관리를 위탁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불법 시설 문제는 전문적인 법률 검토와 행정 절차를 통해 신속히 정리됐고, 금융기관과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재정비되면서 빌딩의 금융 신뢰도가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중소형 빌딩의 실질 가치는 입지나 외관 같은 물리적 요소가 아니라,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과 이를 정교하게 통제하는 ‘시스템’의 결합에서 결정됩니다. 관리되지 않은 임차인은 더 이상 수익의 원천이 아니라 자산 가치를 훼손하는 리스크의 출발점일 뿐입니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문적인 관리 체계를 통해 ‘자산의 투명성’과 ‘행정적 결함 제로’를 확보한 건물과 그렇지 못한 건물 간의 가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과거처럼 건물만 보유하면 가격이 오르던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는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높은 신뢰 등급을 유지하느냐가 실질적인 매각 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지표가 됩니다. 투자자들은 전문가의 역량을 활용해 법적·행정적 리스크를 상시 점검하고, 시스템에 투자함으로써 자산의 금융 가치를 지켜내는 것만이 고금리와 변동성이 지배하는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해법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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