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

'13억하던 게 두 달 만에 15억 됐다'…피 마르는 서민들 [돈앤톡]

2026.01.08 13:32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이 1년 전보다 27%나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가장 가구 수가 많은 강동구 둔촌동의 한 단지는 1만2000가구가 넘지만 전세 물건은 고작 270건에 그쳐 전체의 2% 수준에 불과했다.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전세 수요는 이어지고 있지만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고 전세의 월세화까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7일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2만248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만776건이었는데 불과 1년 만에 27% 급감했다.

서울 10개구 내 전세 물건이 절반 이상 줄었다. 구별로 살펴보면 성북구가 968건에서 172건으로 급감했다. 하락률로 보면 82.3%로 가장 큰 폭이다. △관악구 70% 감소(826건→248건) △강동구 67.7% 감소(3648건→1180건) △광진구 65.8% 감소(929건→318건) △은평구 61% 감소(753건→294건) △동대문구 60.6% 감소(1597건→630건) △중랑구 59.5% 감소(358건→145건) △강북구 52.9% 감소(295건→139건) △노원구 52.1% 감소(1411건→677건) 순이었다.

동별로 보면 더 심각하다. 강동구 둔촌동은 2771건에서 306건으로 89% 수직 낙하했다. 네이버부동산과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둔촌동에 있는 '올림픽파크포레온'(2024년 11월 입주)은 1만2032가구의 대단지인데 전세 물건은 270건뿐이다. 전체의 2.24%만 전세로 나와 있다. 지난해 초 입주장을 맞은 이 단지는 매머드급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전세 물건이 시장에 많이 나오지 않았다. 조합원은 물론 수분양자들이 대체로 실거주한 영향이다.

관악구 봉천동도 603건에서 129건으로 78.7% 급감했다. 봉천동에 있는 '관악드림타운'(2003년 9월 입주) 역시 3544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지만 전세 물건은 단지를 통틀어 8건뿐이다. 전세 물건은 전체의 0.22%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역시 327건에서 87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아파트 전세가 1년 전보다 73.4% 감소했다. 하왕십리동에 있는 '센트라스'(2016년 11월 입주)는 전체 2529가구 중 전세가 55건에 그쳤다. 전체의 2.17%만 전세다.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대단지 내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꽤 나와 있었는데 순식간에 줄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후 세를 끼고 매수하는 게 어려워졌고, 전세 대출도 받기 어려워지다 보니 한 번 전셋집에 들어오면 계약 갱신 청구권까지 사용해 대체로 4년을 꽉 채우려는 경우가 많다. 남은 전셋집들이 빠지면 당분간 전세 물건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 물건이 많지 않다 보니 전셋값도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4.4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7.7)보다 6.7포인트 뛰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커지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대치아이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 2일 17억원에 새로운 세입자를 들였다. 지난해 4월 16억원에 신규로 전세 계약이 맺어진 후 보증부월세(반전세) 신규 계약만 이어지다 올해 초 1억원이 더 올랐다.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도 지난 3일 15억80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11월 체결된 13억5000만원보다 2억3000만원 더 뛰었다.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는 지난해 9월 13억원에 신규 세입자를 들였다. 현재 이 단지 전용 84㎡ 전셋값 호가는 최고 15억원까지 나와 있다.

둔촌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셋집이 많지 않고, 세입자들이 생각하는 적당한 가격의 전셋집은 더 없는 상황"이라면서 "오히려 요즘은 집주인들도 월세를 많이 놓으니 오히려 전세가 더 귀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전세 물건이 급격하게 쪼그라든 것은 지난해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전세 수요가 늘어났지만,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으로 묶이면서 집을 사면 실거주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다. 전세를 찾는 실수요자는 꾸준한데 전세를 주는 사람은 줄어들면서 매물이 고갈된 탓이다.

예전처럼 전세 보증금을 받아 투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집주인들은 전세 대신 당장 현금 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월세를 놓는 사례가 늘어났다. 세입자들도 가파르게 오른 전셋값을 내지 못해 오른 전세를 월세로 내기 시작하면서 전세 대신 월세를 찾는 수요도 늘어났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장(美 IAU 교수)은 "전세 사기와 함께 정부의 전세 규제 정책, 집주인의 월세 선호 증가 등으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아파트 임대차 시장은 상황이 더 악화할 전망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연구소장은 "서울 임대차 시장은 올해도 공급 부족이 가격을 밀어 올리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입주 물량 감소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세 물건의 월세화로 체감 공급이 더 줄어들고 이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 물량이 감소하면 서울에 있어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월세나 반전세의 형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며 "가격에 민감한 실수요자의 경우 수도권 외곽으로 빠지거나, 자금 등을 조달할 수 있는 실수요자는 아예 매매에 나서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이송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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