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

"내년 공급 부족 심해져…서울 집값 상승세 이어질 것"

2025.12.24 13:37

‘공급 부족, 금리 인하, 환율 상승, 인플레이션….’ 건설사 분양마케팅 팀장으로 구성된 ‘SL(세일즈리더)포럼’ 전직 회원이자 분양 및 컨설팅 사업을 하는 전문가 4명이 꼽은 내년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다. 2014년 만들어진 SL포럼은 건설사에서 분양 업무를 총괄하는 전현직 전문가 모임이다. 지난 22일 홍록희 마케팅리더스그룹 대표(DL이앤씨 출신), 정명기 상림디엠텍 대표(GS건설), 신상열 한아름 대표(대우건설), 이용환 이룸씨엔디 대표(현대엔지니어링)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2026년 부동산 시장 전망’을 주제로 SL포럼 토론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내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입주 물량 감소가 뚜렷한 가운데 ‘똘똘한 한 채’ 선호로 서울 아파트 수요가 여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방 시장은 학군 등 경쟁력을 갖춘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난에 또 오른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서울 아파트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공급 부족을 꼽았다. 이 대표는 “서울은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주택 수요가 매우 크다”며 “내년 입주 물량은 2만 가구에 불과해 수급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공급 확대가 단기간에 이뤄지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비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홍 대표는 “조합원의 자기 부담금이 늘어난 데다 이주비 대출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돼 공급이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금리 인하 기대 역시 집값 상승 요인으로 거론됐다. 신 대표는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은 당첨 때 현금 20억원이 필요한 가격이었음에도 5만여 명이 청약에 몰렸다”며 “시중 유동성과 공급난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시장은 정부 정책이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정 대표는 “정부가 규제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인식이 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며 “정책 발표 이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매수가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 역시 “규제가 나오면 이후 가격이 오르는 학습 효과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홍 대표는 “새로운 신도시 계획보다는 이미 발표된 택지지구 가운데 실제로 어디에서 얼마나 착공이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유세 높이고 거래세 낮춰야
시장 안정을 위해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 대표는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24%에 불과해 미국(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53%)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낮지만 거래세는 3~4배 높다”며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여 기존 주택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침체의 골이 깊은 지방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했다.

OECD 주요국에 비해 낮은 임대주택 보급률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임대주택 비율은 2023년 기준 8%에 불과하다. 오스트리아(40.6%), 네덜란드(38.3%), 독일(16.7%)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홍 대표는 “전용면적 59㎡ 이하인 국민임대주택을 중대형까지 확대해 식구가 늘어도 집을 사지 않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재개발·재건축 때 용적률을 크게 완화하고 이를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유망…재개발도 주목
참석자들은 시장 조정을 기다리기보다 가능한 지역에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물가 상승으로 분양가도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번에 원하는 지역으로 이동하려 하기보다 예산과 여건에 맞춰 목표를 조정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특히 청년층은 생애최초와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주목할 만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 대표는 “내년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3기 신도시 물량이 대거 나온다”며 “3년간 전매 제한과 실거주 의무가 있지만 시세보다 20~30% 저렴할 것으로 예상돼 청년층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나 신안산선 등 교통 인프라 개선이 예정된 지역도 관심 대상으로 꼽혔다. 이 대표는 “신안산선을 통해 여의도 접근성이 개선되는 경기 시흥 지역은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며 “인천 청라는 아직 기존 최고가를 넘지 못했지만 서울 지하철 7호선 개통 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외곽 지역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서울 노원구와 금천구에는 아직 가격 상승이 본격화하지 않은 지역이 있다”며 “마포구 상승 이후 서대문 가재울뉴타운이 뒤따른 것처럼 외곽 지역 역시 상승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재건축보다는 재개발을 검토해볼 만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다만 사업 장기화 가능성은 감안해야 한다. 정 대표는 “재개발은 빌라를 통해 조합원 지위를 확보할 수 있어 재건축보다 초기 투자금 부담이 작다”며 “사업 승인 지연이나 공사비 상승 등으로 개발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유망한 투자처로는 ‘아파트’가 가장 적합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반면 상가와 지식산업센터 등은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신 대표는 “상가는 수익률이 크게 떨어져 피하는 것이 좋고, 오피스텔은 상가보다 낫지만 아파트보다는 매력이 떨어진다”며 “지식산업센터는 시장이 붕괴 수준에 가까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영연 기자
강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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