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의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기존 아파트 매물이 급감한 데다 내년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까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시장에서는 "매물도, 신축도 없는 상황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내년 서울 집값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7506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9만4718건에 달했던 매물 수와 비교하면 약 39.3% 급감한 수치다.
특히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매물 감소세가 한층 가팔라졌다. 10·15 대책 발표 당일 7만4044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불과 두 달여 만에 23% 줄었다.
매물 품귀 현상은 대단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에는 입주 초기 신축 아파트가 양도세 비과세 요건인 보유 기간 2년을 채우지 못해 매물이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입주 10년이 넘은 단지에서도 매물을 찾기 어렵다.
중구 신당동 '약수하이츠'는 2282가구 규모임에도 현재 매물은 12건에 불과하다. 양천구 신월동 '신월시영'(2256가구) 역시 매물은 12건, 동대문구 '장안현대홈타운1차'(2182가구)는 16건에 그친다. 2462가구 규모의 '영등포푸르지오'도 매물은 22건뿐이다. 전체 가구 수 대비 매물 비중이 1%에도 미치지 않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10·15 대책으로 인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실거주 요건으로 인해 임차인이 거주 중인 주택은 매매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가 강화돼 수요 역시 줄었지만, '거래 가능한 매물'은 이보다 큰 폭으로 급감하면서 시장에서는 직전 최고가를 웃도는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신축 아파트 공급 감소까지 겹쳐 시장 불안이 더 커졌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을 올해 대비 48% 줄어든 1만6412가구로 전망했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가 5155가구로 가장 많고, 은평구(2451가구), 송파구(2088가구), 강서구(1066가구) 순이다. 반면 강북·관악·금천·노원 등 8개 자치구는 입주 예정 물량이 아예 없다.
그나마 공급되는 물량의 87%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나온다. 정비사업에는 조합원 물량이 포함되기에 일반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공급은 더욱 줄어든다. 정비사업 이전 대비 실제 순증하는 가구 수는 1만 가구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거래 위축과 공급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내년에도 서울 집값이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거래량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도 매매가는 구조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값 상승은 전세·월세 시장으로도 전이될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신축과 기축 모두에서 공급이 줄어들면서 현재 수요와 당겨진 미래 수요가 '똘똘한 한 채'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며 "매매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무주택 수요가 전·월세 시장에 머물면서 주거비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