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최대 부동산 플랫폼 질로우의 주가가 하루 만에 크게 흔들렸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부동산 검색의 출발점이 바뀔 수 있다는 신호가 시장에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검색 결과에 매물 리스트를 직접 노출하는 기능을 테스트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자들은 질로우의 가장 중요한 자산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트래픽의 규모가 아니라, 트래픽이 만들어내는 ‘연결의 힘’입니다.
이번 테스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구글이 단순히 링크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매물 정보 확인부터 투어 요청, 에이전트 연결까지 검색 화면 안에서 처리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용자가 질로우에 접속해 단계적으로 진행하던 행동을, 검색 결과 안에서 바로 끝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검색 결과 자체가 하나의 미니 마켓플레이스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구글이 다른 산업에서 이미 반복해온 전략이, 이제 부동산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질로우의 사업 구조를 이해하면 시장의 반응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질로우의 핵심 수익 모델은 단순한 광고가 아닙니다. 이 회사의 본질은 ‘리드(Lead)’를 만들어 판매하는 구조에 있습니다. 여기서 리드란, 매물에 관심을 보이며 문의 버튼을 누르거나 투어를 요청하는 등, 연락 가능한 형태로 의사를 드러낸 잠재 고객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질로우는 매물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관심을 가진 사람과 연결될 기회’를 파는 플랫폼입니다.
문제는 그 연결이 어디서 만들어지느냐입니다. 구글이 검색 결과 단계에서 바로 문의와 연결을 제공하기 시작한다면, 리드는 질로우를 거치지 않고 검색 단계에서 즉시 생성됩니다. 이 경우 플랫폼의 가치는 매물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누가 리드 생성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에 따라 재편됩니다. 플랫폼 산업에서 ‘테스트’라는 표현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시장은 기능보다 구조의 방향에 먼저 반응합니다.
이러한 우려는 곧바로 주가에 반영됐습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월요일 장중, 질로우 주가는 한때 11% 이상 급락했고, 약 16억달러(약 2조3520억원)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증발했습니다. 현재 질로우의 시가총액은 약 162억6000만달러(약 239조9000억원) 수준입니다. 시장은 ‘아직 실험 단계’라는 설명보다, 부동산 검색의 출발점이 이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주택시장의 환경도 겹쳐 있습니다. 높은 모기지 금리와 거래 위축으로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들은 성장 스토리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파이가 커지지 않는 국면에서 리드 생성의 통제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되면, 작은 변화도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 변화는 분명한 장점을 갖습니다. 검색 단계에서 매물 비교, 정보 확인, 문의까지 한 번에 이뤄질 경우, 집을 찾는 과정은 더 빠르고 단순해집니다. 여러 사이트를 오가며 정보를 수집하던 번거로움이 줄어들고, 원하는 조건의 매물에 보다 즉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플랫폼과 중개인들은 더 정확한 정보와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시장을 움직입니다.
그러나 이번 변화는 기업에게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현재의 시장 지위와 브랜드 인지도는 결코 영구적인 방패가 아닙니다. 질로우 역시 오랜 기간 대표적인 부동산 정보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왔지만, 환경 변화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시장의 평가는 매우 빠르게 달라질 수 있음을 이번 사례는 보여줍니다.
안정적으로 보이는 사업일수록 변화에 둔감해지기 쉽습니다. 검색의 출발점이 이동하고 있음에도, 익숙한 구조와 과거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믿는다면 시장은 어느 날 조용히 등을 돌립니다. 질로우의 하루는 특정 기업의 불운이 아니라, 모든 플랫폼 기업이 귀담아들어야 할 분명한 신호입니다.
결국 살아남는 기업은 규모가 큰 기업이 아닙니다.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을 가장 먼저 포착하고, 스스로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기업입니다. 소비자 경험을 개선하면서도 주도권을 지키려는 경쟁은 이제 검색 단계에서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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