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 이후 매수 문턱도 높아졌고, 대출도 줄어들면서 거래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서울 중구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대표)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가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 지난 6월 1만1000건을 넘어섰던 거래는 지난달 2400여건에 그치면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래가 급감했지만 집값 상승 거래 비중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는 2459건을 기록해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중 최다였던 지난 6월 1만1264건 대비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달 자치구별로 거래를 살펴보면 △종로구 10건 △광진구 23건 △중구 24건 △성동구 39건 △금천구 40건 △동작구 48건 △마포구 50건 등이 50건을 밑돌고 있다. 반면 △송파구 335건 △강남구 208건 △서초구 157건 등엔 거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는 비정상적인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1월 3344건 △ 2월 6364건 △3월 9800건으로 급격하게 치솟았다.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일시적으로 풀리면서 수요가 몰리면서다.
이어 △4월 5233건 △5월 7574건 △6월 1만1264건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는 다시 정점에 달했다.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전 막차 수요 등이 몰리면서 거래가 치솟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7월 4145건 △8월 4270건 등으로 거래가 다시 줄었다가 △9월 8640건 △10월 8480건으로 늘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주춤했던 실수요자들은 9·7 공급 대책에서 명확한 공급 신호가 나오지 않자 서울 핵심지역에 다시 몰리기 시작했다. 추석을 전후로 "더 센 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시장에서 돌면서 규제 전 집을 사기 위한 수요도 더해졌다.

그러다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규제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으로 지정하면서 시장은 다시 급속히 냉각된 것이다. 다만 거래신고기한이 아직 남은 만큼 11월 거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는 급감했지만 가격은 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중 상승 거래 비중은 전월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가운데 상승 거래 비중은 54.1%를 기록했다. 직전월인 10월 52.2%보다 더 확대됐다.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상승 비중이 커졌다.
상승 거래 비중이 늘어난 주요 자치구는 △도봉구(20.8%포인트) △영등포구(14.4%포인트) △중랑구(12.9%포인트) △마포구(12.5%포인트) △관악구(12.1%포인트) △금천구(11.2%포인트) △동작구(10%포인트) 등으로 집계됐다. △서대문구 △성동구 △강서구△ 강북구 등도 비중이 커졌다.
다만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상승 거래 비중은 10월 64.1%에서 11월 60.7%로 3.4%포인트 낮아졌다. 규제 이후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졌다는 뜻이지만 여전히 60% 이상이 상승 거래라는 점은 강남권 고가 아파트 가격이 잘 방어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도심과 강남권을 중심으로 '현금 부자'들이 틈틈이 매수에 나서면서 일부 단지에선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호가를 쉽게 낮추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가격 하방 경직성이 유지되면서 상단에서 지지되는 흐름"이라고 판단했다.
일각에선 거래가 줄고 가격이 뛰는 이런 기현상의 원인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차단되고 실거주 의무가 생기는 등 매수 문턱이 올라간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거래가 줄고 집값이 오른 것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비롯한 각종 규제의 영향 때문"이라면서 "이 가운데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 3구, 용산구 등은 현금부자가 많아 규제 영향을 덜 받는 반면 대출 의존도가 높은 서울 외곽 지역은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초양극화 현상이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