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침체 일로를 걷던 지방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 고강도 수요 억제책을 덧씌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의 풍선 효과로 광역시 인기 주거지와 일자리가 풍부한 지역에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대통령실이 지난 7일 “수도권 매매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한 ‘지방 균형발전’에 드라이브를 걸 것”을 공언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지방에 소외된 지역이 많은 데다 ‘악성 미분양’ 문제도 여전해 회복이 본격화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산·울산 상승장 진입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은 12월 첫째 주(12월 1일 기준) 0.02% 올라 한 주 전(0.01%)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지난 11월 첫째 주(11월 3일 기준) 0.01% 올라 2023년 11월 넷째 주 이후 100주 만에 상승으로 돌아선 데 이어 5주 연속 오름세다.
지방 집값을 끌어올리는 것은 부산·울산·경남 등 이른바 ‘부울경’ 지역이다. 부산은 10월 마지막 주(10월 27일 기준) 상승 전환한 이후 6주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2월 첫째 주에 수영구 0.17%, 해운대구 0.16%, 동래구 0.13% 등 주요 지역이 새 아파트와 재건축 추진 단지 중심으로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다.
울산은 7월 둘째 주 상승 전환한 이후 한 주도 빠짐없이 상승 랠리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까지 누적 상승률은 1.27%로 같은 기간 경기도(1.09%)를 웃돈다. 12월 첫째 주에는 동구(0.15%), 북구(0.14%), 남구(0.13%) 등의 동반 상승으로 울산 전체적으로 0.12% 올랐다. 경남에서는 진주가 11월 마지막 주 0.28%, 지난주 0.23% 상승하는 등 강세다.
정부 부처 이전 호재와 산업 경기 회복 등이 집값 상승을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부산은 해양수산부 이전 이슈가, 울산은 조선업을 비롯한 지역 산업의 경기 호조가 영향을 줬다. 수도권이 대출 제한을 포함한 고강도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저평가된 지방 인기 지역 새 아파트에 자금이 몰리는 측면도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2027년까지 입주 물량 부족 우려와 전세 물건 부족 등으로 일부 지방에서도 새 아파트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0·15 대책 이후 한 달간(10월 16일~11월 15일) 비수도권 아파트 매매는 2만672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책 이전 같은 기간(1만9784건)보다 35.08%(6941건) 증가한 수치다.
◇지방에서도 양극화 심해질 것?
이재명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지방 기업 이전 등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시사하면서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지방시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가정책을 집행할 때 (재정 배분할 때처럼)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가중해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이달 중으로 예정된 공급대책 발표 이후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을 겨냥해 지방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기업 이전 정책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국회 등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있는 세종은 지난달 이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역 간 격차가 큰 데다 미분양 문제가 남아 지방 집값이 본격 상승 궤도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준공 후 미분양’은 10월 말 기준 전국에 2만8080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84.5%(2만3733가구)가 지방에 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부산, 울산, 대구(수성구)처럼 실수요 기반이 뚜렷한 곳은 분위기가 살아난 데 이어 내년엔 상승세가 더 명확해질 것”이라며 “지방 내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유정/오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