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범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세 차례나 내놨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하자마자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겠다며 6·19 대책, 8·2 대책, 9·13 대책, 12·16 대책까지 줄줄이 고강도 규제를 내놔 시장을 위축되게 만든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은 한층 과격합니다. 규제는 핀셋으로 해야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없는데 광범위한 면적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대출 규제도 마찬가지입니다. 6억원 이상은 대출해주지 않는다는 6·27 대책은 자금 상황에 따라 다양한 계획을 세우는 주택 수요자들을 일률적으로 재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6억원이라는 금액이 나온 근거도 희박하지만, 10·15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의 LTV마저 40%로 줄여 소득이 있는 매수자도 대출받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일차적인 피해는 보유 자산이 적지만 부부 합산 소득은 많은 가구가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마포구, 성동구 등 주거 선호 지역을 원하고, 현재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받으면 충분히 이러한 지역 아파트 매입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출금액 상한을 6억원으로 막은 규제 때문에 소득이 높아도 대출은 나오지 않아 희망 지역 주택 매수는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포기가 안타까운 점은 소득을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다는 부분입니다. 고연봉자의 소득이 아무리 늘어나도 자산 가치 상승을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현재처럼 통화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환율마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는 소득 상승분이 실물자산 가격 상승을 따라잡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소득이 적은 무주택자는 더 큰 피해가 예상됩니다. 6억원을 빌리면 수도권 어지간한 지역에서는 주택을 구입할 수 있지만, 소득이 적다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인해 대출 가능 금액이 크게 줄어듭니다. 6억원이 아니라 그 절반의 금액도 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정책대출까지 20% 줄어들면서 이들이 주택을 매입하기는 무척 어려워졌습니다.
실수요와 투자, 투기를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더라도 무주택자가 집을 사거나 1주택자가 필요에 의해 집을 옮기는 수요는 논란의 여지 없는 실수요입니다. 한데 이재명 정부는 실수요자와 투자자를 가리지 않고 일방적인 규제를 가하고 있습니다. 공공의 횡포에 가까운 3번의 대책은 헌법에 보장된 주거이전의 자유와 내 집 마련이라는 주거권마저 침해하고 있습니다.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상식입니다. 필요한 경우에만, 특정 지역과 특정 계층 등 한도를 정하는 '핀셋 규제'가 이뤄져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핀셋 규제의 성공 사례로는 동 단위, 구역 단위로 지정하던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제가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2020년 11월 넓은 면적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부작용이 커지자 시·군·구 단위뿐 아니라 읍·면·동 단위까지 핀셋 지정이 가능하도록 주택법을 개정한 사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단기간 내 광범위한 정책을 과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과격한 부동산 대책이 가장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매물 감소'입니다. 주택시장 매물은 신규 매물과 기존 주택 매물로 나뉩니다. 2026년 이후 서울 입주 물량이 1만 가구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이기에 신규 매물은 2028년까지 추가적인 공급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기존 주택 매물이라도 늘려 시장을 안정시켜야 하지만, 연초 9만2000건에 달하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부동산 대책이 쏟아지며 12월 1일 5만9641건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5만건대로 줄어든 것은 2023년 4월(5만9295건) 이후 2년 8개월여 만에 처음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된 10월 15일 이후에만 1만5000여건의 매물이 사라졌습니다. 한 번의 규제로 매물이 무려 18.3%나 감소한 것입니다. 규제가 발효될 때마다 매물이 급감하면서 주택시장에는 거래할 수 있는 매물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빠르게 줄어들면 주택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단기에 성과를 내고 싶었을 수도 있습니다. 지지층을 대상으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과격한 부동산 대책은 시장에서 작동하지도 않을뿐더러 신뢰마저 무너뜨립니다. 규제 한 달도 안 되어 서울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 방증입니다. 공급대책(9·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시장의 수요가 다시 몰린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과격한 정책의 끝은 좋지 않을 겁니다. 주택시장은 조절과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지 감독과 통제의 대상은 아닙니다. 감독과 통제가 지나치면 시장은 요동치게 됩니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 내내 수요억제 정책을 펴면서 2021년 주택 가격 폭등을 초래했습니다. 당시에는 그래도 가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남아 있었지만, 규제지역을 광범위하게 넓힌 지금은 남은 카드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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