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

구글 사옥 닮은 '캠퍼스형 랜드마크'…서리풀, 복합 오피스 변신

2025.12.03 13:31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대는 수십 년간 대법원과 대검찰청을 중심으로 ‘법조타운’으로 불려왔다. 이곳에 대규모 복합오피스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자 부동산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오랫동안 개발이 막혀 빈터로 남아 있던 옛 정보사 부지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피스타운 건설이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강남업무권역(GBD)이 서쪽으로 확장되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수요 몰리는 ‘서리풀’

2일 개발업계에 따르면 서리풀 복합시설 개발 사업 시행사인 에스비씨피에프브이(SBCPFV)가 글로벌 주요 기업과 오피스 임차 협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도 입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강남권에 대규모 녹지를 갖춘 오피스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에스비씨피에프브이는 서리풀에 오피스 5개 동과 문화, 판매시설 등이 들어서는 지하 7층~지상 19층, 연면적 60만65㎡ 규모 복합오피스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연면적(121만㎡)의 절반 수준으로, 국내에서 이뤄진 오피스 개발 사업 중에선 최대 규모다. 시행은 엠디엠플러스·신한금융그룹·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인 에스비씨피에프브이가, 시공은 포스코이앤씨가 담당한다. 준공 목표는 2030년 상반기다.

이 사업은 엠디엠그룹이 2019년 컨소시엄을 구성해 옛 정보사 부지를 1조956억원에 매입하면서 본격화됐다. 국군정보사령부가 2013년 경기 안양으로 이전한 뒤 해당 부지는 지구단위계획상 주거시설 개발이 불가능해 장기간 방치됐다. 수익성이 높은 아파트 건설이 불가능한 탓이었다.

당시 디벨로퍼 사이에서 오피스 개발에 확신이 크지 않았다. 2013~2016년은 ‘강남 오피스 시장의 겨울’로 불릴 정도로 침체가 심했다. 2012년부터 경기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가 본격 입주해 강남 기업의 이탈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강남권 오피스 공실률은 2013년 6.1%에서 2015년 11.3%로 급등했다.

엠디엠플러스가 2019년 부지를 확보한 이후 개발은 속도를 냈다. 2023년 6월에는 공연장과 박물관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지구단위계획 특별계획구역 세부 개발계획 변경안이 통과됐다. 지난해 6월 서초구로부터 건축계획 허가를 받았다. 지난 6월 5조3500억원 규모의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 계약을 맺고 7월 착공에 들어갔다. PF는 국내 개발사업 역사상 최대 규모다.
◇층수 경쟁 대신 자연친화 캠퍼스
서리풀 복합시설은 하늘로 치솟는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마천루) 대신 랜드스크래퍼(Land-scraper) 방식을 채택했다. 랜드스크래퍼는 녹지 속에 있는 낮고 널찍한 캠퍼스 같은 사옥을 뜻한다. 층수(높이) 경쟁을 하는 대신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본사처럼 임직원의 소통·협업·창의성을 활성화하도록 설계했다. 공용 회의실, 식당, 피트니스, 다목적실 등 공용 공간 비율도 13.2%로 높였다. 시행사 관계자는 “서리풀공원을 품은 자연 친화적 오피스 단지로, 서초대로 사거리와 서리풀공원을 연결하는 녹지 공원 조성 계획도 담았다”며 “서울에서 자연 속 업무 공간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지 북측동 기준층 바닥면적은 6280㎡로, 주요 프라임 오피스(연면적 10만㎡ 이상)의 평균 기준층 면적(1983㎡) 대비 세 배가 넘는다. 층당 면적을 넓혀 한 층에서 가능한 한 많은 인원이 근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수평적 조직 문화를 중시하는 IT 기업이 선호하는 구조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사무실 점유면적은 2010년 13.2㎡에서 2020년 14.5㎡로 늘었다. 류강민 알스퀘어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오피스와 달리 넓은 공용 공간과 업무 공간의 쾌적성이 오피스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며 “테헤란로 중심이던 강남업무권역이 서쪽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강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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