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권역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재건축을 앞둔 단지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가격이 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 입주도 하지 않은 아파트의 경우 가격이 40억원을 가뿐히 넘어섰고, 그간 잠실권 집값을 견인한 잠실 5대장 '엘·리·트·레·파(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파크리오)'도 30억원 중반대에 올라서 하방을 다지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잠실동, 신천동 등 잠실권역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국민평형 기준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단지는 잠실동에 있는 '주공아파트 5단지'다.
이 단지 전용 82㎡는 지난 14일 45억55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인 44억7500만원보다 몸값을 더 높였다. 지난 4월 같은 면적대가 40억7500만원에 팔려 40억원을 넘어섰는데 불과 7개월 만에 5억원이 더 올랐다.
재건축 추진 기대감이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주공아파트 5단지 재건축 조합은 내달 22일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2003년부터 사업을 추진해왔으니 22년 만의 신청이다. 이 단계가 끝나면 관리처분인가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 통상 정비사업의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본다.
이 단지 인근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이후에는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매물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올해 초부터 관심 있는 실수요자들이 몰렸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본격적으로 재건축이 시작되면 50억원은 가뿐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아직 입주도 하지 않은 단지 가격도 40억원을 넘어섰다. 신천동에 있는 '잠실 래미안아이파크'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달 29일 41억원에 손바뀜했다. 이보다 보름 전인 같은 달 14일 이 면적대 입주권이 40억9000만원에 거래돼 40억원을 넘어섰다. 같은 동에 있는 '잠실 르엘' 전용 84㎡ 입주권 역시 지난 3일 40억원에 거래됐다. 이 면적대 입주권은 지난 9월 33억원에 팔렸는데, 이보다 7억원 더 오른 수준이다.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전용 84㎡ 입주권 호가는 47억원, 잠실르엘 전용 84㎡ 입주권은 호가가 50억원에도 나와 있다. 분양권 대비 프리미엄(피)이 20억~30억원은 붙은 상황이다.
신천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일대에 신축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다 보니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매물도 많지 않은 편이다. 대체로 집주인들이 실입주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잠실권역 집값을 이끌던 엘·리·트·레·파(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파크리오) 집값도 견고하다.
잠실동에 있는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 19일 35억7000만원에 손바뀜해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 면적대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25억원대에 거래됐는데 10개월 만에 10억원이 올랐다. 1개월에 1억원씩 뛴 셈이다.
같은 동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34억8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으면서 신고가를, 같은동 트리지움 전용 84㎡도 지난 7월 33억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레이크팰리스 전용 84㎡ 역시 지난 8월 32억4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썼다.
잠실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거래가 폭발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전국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단지가 수요가 꾸준하다"고 귀띔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송파구 집값은 올해 들어 18.53% 상승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송파구 집값은 잠실동과 신천동 등 잠실권역이 대체로 이끌고 있다. 잠실권역은 북쪽으로 한강과 맞닿아있고, 서쪽으로는 탄천을 끼고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과 가깝다. 동쪽으로는 강동구와도 접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4개역이 지나고, 8호선 2개역, 9호선 2개역이 지난다. 올림픽대로 이용이 편하고 잠실광역환승센터가 있어 시내로 이동이 쉽다. 잠실권역 대부분 단지에 초등학교가 있고 학업 성취도가 좋은 중고등학교가 포진해있다. 백화점, 대형 쇼핑몰, 놀이공원, 종합운동장 등도 함께 있어 정주 여건이 우수한 지역이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연구원은 "우리나라 최상급지인 강남 3구 가운데 그나마 강남구, 서초구보다는 문턱이 낮아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관심이 많은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