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서울 전역으로 확대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지금은 고려해볼 만한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최근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김종길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를 받고 답한 말입니다.
오 시장은 "사실 처음에 풍선효과가 걱정되더라도 지정을 최소화했어야 했다. 처음에 너무 넓혀 놨다"며 "지금 와서 풀면 그때 당시와는 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통계상 잡힌 거로 나오지 않나"라며 해제 여부를 검토할 시점이라고 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도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 난리일까요. 토지거래허가제도는 말 그대로 토지를 거래할 때 허가받아야 하는 제도입니다.
지금처럼 기존 도심지역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제도는 아닙니다. 신도시같이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 이들 지역 토지거래가 늘고 가격도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면 토지보상금도 함께 늘어나는데 이런 상황이 사업을 지연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제도였습니다.
최근 수년간 도심지역에 적용됐던 토지거래허가제도는 기존 제도 목적과는 조금 다릅니다. 서울에 적용된 토지거래허가제도는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도입니다. 집을 사고파는, 즉 손바뀜을 어렵게 해 가격의 변동 폭을 줄이는 것이 목적입니다. 사고팔려는 수요가 있는데 이를 억지로 누르는 셈입니다.
서울에서도 일부 지역들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송파구 잠실동 등 재건축, 재개발 도시정비사업지가 몰려있는 지역들의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이 됐죠.
문제는 집값을 억제하기 위해 이 제도를 쓰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예컨대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것은 잠실 마이스(MICE)가 예정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잠실동에 있는 대단지 아파트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을 매수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해 당시 비규제지역이었던 신천동으로 수요가 쏠리면서 신천동에 있는 대단지 집값이 크게 치솟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수요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자 정부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와 통째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들 지역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본 실수요자들은 되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정부가 찍어준 상급지 투자처다"라고 말하며 이들 지역으로 몰렸습니다. 지난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한시적으로 풀렸을 때 송파구에 몰린 실수요자들은 "5일장이 열렸다"면서 너도나도 이들 지역에 투자했습니다.
새 정부 들어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이슈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25개 자치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습니다. 정부는 '풍선 효과'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서울 외곽지역에선 반발이 거셉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주민들은 '규제 해제'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노원구 전역에 내걸면서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상황입니다. 노원구 집값 상승세가 강남권과는 전혀 다른데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재산권 이슈도 또다시 불거졌습니다. 과거 강남권 일부에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적용됐을 때 당시 해당 지역에 있던 집주인들은 "내 집인데 내 마음대로 팔지도 못한다", "이사를 하려고 하는데 거래가 원활하지 않아 수년째 여기 묶여 있다" 등 얘기가 많았습니다.
이번엔 토지거래허가구역에다가 규제지역까지 더해지면서 노원구 등 도시 정비사업구역이 많은 지역에 있는 주민들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이주비 대출 제한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토지거래허가제도는 일시적으로 거래를 어렵게 만들어 겉으로 보기엔 시장이 안정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제도가 해제됐을 때 집값이 치솟지 않았느냐. 오래 묶어두면 묶어 둘수록 향후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