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시장이지만 결국 수요의 힘이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거래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즉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질서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은 매주 수요일 '주간이집' 시리즈를 통해 아파트 종합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와 함께 수요자가 많이 찾는 아파트 단지의 동향을 포착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현금 30억원이 있으면 30억원을 버는 아파트라면서요. 대체 이런 아파트는 누가 분양받는 건가요?"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무주택자 직장인)
이번 정부가 들어선 후 3차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 전반이 얼어붙었습니다. 문재인 전 정부나 윤석열 전 정부 당시보다는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든 것은 맞지만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19일 아파트 종합정보 앱(응용프로그램) 호갱노노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0~16일) 기준 앱에서 가장 방문자 수가 많았던 단지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2026년 입주·2091가구)'으로 4만3135명이 다녀갔습니다.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로 주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가 책정됐습니다.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가 최고 27억4900만원에 달했지만, 인근 시세는 60억원 수준이라 최대 30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로또 청약'이었습니다.
대출 규제가 강화돼 25억원이 넘는 현금이 필요해 사실상 '현금 부자'들만 청약이 가능한 단지였지만 특별공급(기관 추천분 제외)에선 2만3672명이, 1순위 청약에선 5만4631명이 몰려 이틀 동안 이 단지를 분양받기 위해 몰린 청약자만 7만8303명에 달했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서 분양한 '더샵분당티에르원(2027년 입주, 873가구)'에도 3만844명의 방문자가 다녀가 3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단지는 분당에서 나온 첫 번째 리모델링 일반분양 단지입니다.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고 싶지만 새 아파트에 거주하고 싶은 실수요자들이 몰렸습니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기 전 분양 승인을 받아 1순위 청약 요건은 비규제 기준이 적용돼 문턱이 낮았습니다. 이에 1순위 경쟁률이 100.4대 1로 세자릿수를 기록했습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부동산 규제와 대출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분양시장은 전반적으로 실수요 중심의 안정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제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은 다른 단지로 옮겨붙었습니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에 들어설 예정인 '힐스테이트 광명 11(2029년 입주·4291가구)'입니다. 이 단지에도 3만4745명이 앱을 통해 방문했습니다.
이 단지 분양가는 3.3㎡당 4500만원입니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기준(최고가) 16억4100만원입니다. 분양가가 다소 높다는 인식에도 예비 청약자들이 몰렸습니다. 모델하우스가 열리자마자 사흘 만에 1만5000명이 다녀갔습니다.
청약 결과도 양호했습니다. 지난 17일 진행한 특공(기관 추천분 제외)에선 291가구 모집에 6588명이 몰렸습니다. 평균 경쟁률은 22.63대 1입니다. 전날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선 296가구를 모집하는데 1만851명이 몰렸습니다. 평균 경쟁률은 36.65대 1이었습니다.
힐스테이트 광명 11 계약도 순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 달 전 광명에서 최고가를 찍었던 '철산역자이(3.3㎡당 4250만원, 전용 84㎡ 15억7600만원)'도 정당계약이 시작되고 보름 만에 다 팔렸기 때문입니다. 서울과 가까우면서 입지가 좋은 '옆세권'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관심이 이어진 결과입니다.
김은선 랩장은 "청약 시장에 여전히 대기 수요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청약 열기가 식었다기보다는 입지 조건과 자금 여력에 따라 수요가 분화·조정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