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

"익숙한 동네가 좋아요"…은퇴 후에도 살던 곳 안떠난다 [집코노미-집100세 시대]

2025.11.13 11:41


나이가 든 이후에도 이제까지 살아온 지역 사회에서 계속 거주하고 싶어 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AIP)’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선호도를 가진 사람들의 동네에 대한 물리적 범위는 도보 30분 이내, 지하철 한두 정거장 거리라는 조사가 나왔다. 노후 준비를 위한 수단인 주택연금에 대한 인지도는 높았지만, 활용하겠다는 비중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노년에도 지하철 한두 정거장 거리 살고 싶다"
KB금융그룹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B골든라이프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2017년부터 2~3년마다 내놓고 있는 ‘은퇴 및 노후 준비 지침서’로 올해가 5번째다.

이번 조사에서 ‘살던 집과 동네에서 나이 들고 싶은’ AIP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80.4%로, 이전 조사(2023년)에 비해 14.3%포인트나 늘었다. 남성(77.2%)보다 여성(85.0%)이 더 높은 동의율을 나타냈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지역 기반의 인적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분석된다.

AIP는 1970년대 후반 미국을 중심으로 노인요양시설 위주의 돌봄이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생겨난 용어다. 재가복지(home and community based care) 개념이 발전하면서 1980년대 미국 미국퇴직자협회(AARP)의 ‘고령자 조사·보고서’에서 처음 거론됐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들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AIP에서 ‘동네’의 물리적 범위에 대해 10명 중 4명(39.2%)은 ‘도보 30분 이내’ 거리라고 응답했다. 전철역 한두 정거장, 도보 10~15분 내의 익숙한 생활반경을 ‘동네’로 여기고 있었다. AIP에 중요한 인프라로는 의료, 교통, 공원, 쇼핑 순의 선호도를 보였다. AIP 구현에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는 ‘병간호’을 꼽았다. 자신을 포함한 배우자나 가족의 건강 악화로 병간호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AIP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응답자들은 은퇴 후 노후에 살던 집에서 평균 78세까지, 살던 동네에서는 평균 79세까지 살고 싶어 했다. 건강 악화로 자립생활이 어려워진 때가 되면 살던 집을 떠나겠다고 답했다.

살던 집을 떠나야 한다면 그 이유로는 ‘건강 악화로 자립생활이 어려워져서 요양시설로 옮겨야 할 때’를 가장 많이 꼽았고, ‘병원에 장기 입원하거나 사망하게 될 때’를 차순위로 선택했다. 보고서는 “필연적 요인이 아니라면 거주 환경을 바꾸고 싶어 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전용주택으로 옮겨야 할 때 중요 선택 요건은 가격·비용 부담과 의료·돌봄 연계 서비스였다. 생활 편의 서비스와 건강관리 서비스 운영 주체에 대한 신뢰도에 대해서는 은퇴 후 가구가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주택연금 활용할 것" 10명 중 3명에 그쳐
‘노후 자금 준비에서 부동산의 의미’에서는 한국 가계 자산의 75%에 이르는 부동산을 활용한 노후 자금 준비에 관한 인식과 행태를 분석했다.

‘주택연금’의 경우 92.2%의 응답자가 인지하고 있었으나 가입할 의향이 있는 가구는 32.3%에 그쳤다. ‘최소생활비’보다 ‘적정생활비’ 마련 수단으로 생각했다. ‘주택 다운사이징’을 통한 노후 자금 준비는 응답자의 59.7%가 활용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건강’(48.6%)과 ‘경제력’(26.3%)을 꼽았다. 코로나19 이후 건강관리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며 지난 2023년 조사 대비 ‘건강’의 중요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진(+12.9%P)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준비 필요성에는 77.8%가 공감하나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가구는 19.1%에 그쳤고, 노후 행복의 핵심 요소로 꼽힌 ‘경제력’은 응답자의 5분의 1(21.1%)만이 노후 대비 충분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해 준비 정도가 가장 미흡했다.



노후 생활비 조달가능금액 중 60% 이상은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주택연금 등의 ‘연금’을 활용해 마련할 계획으로 연금에 대한 기대가 높았고, 그 밖에 부동산 소득·근로소득·정부 및 가족 지원 등을 예상하기도 했다. 황원경 KB금융 경영연구소 부장은 “한국 사회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지만,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는 의지와는 달리 여전히 미흡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2025 KB골든라이프 보고서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25~74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정량 조사)와 별도 패널을 대상으로 한 표적 집단심층 면접(정성조사, FGD)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65세 인구가 전 국민의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건강과 주거가 핵심 이슈입니다. ‘집 100세 시대’는 노후를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주택 솔루션을 탐구합니다. 매주 목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이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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