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5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약 한 달간 서울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가 거래된 자치구는 송파구로 나타났다. 약 한 달 동안 300건이 넘는 거래가 나왔다. 다른 자치구 대비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전날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는 모두 2141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송파구 336건으로 가장 많았다. △노원구 132건 △성북구 129건 △양천구 124건 △강남구 123건 △강서구 117건 △동대문구 111건 △강동구 110건 △서대문구 101건 등 100건을 넘는 다른 자치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다.
송파구에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은 5개 단지인 일명 '엘리트레파(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파크리오)'를 중심으로 거래가 많았다. 파크리오가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리센츠 13건, 잠실엘스 12건, 트리지움 7건, 레이크팰리스 4건 순으로 거래가 많았다.
잠실 3대장으로 꼽히는 '엘리트' 가격이 단기간에 가파르게 치솟다 보니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고 평가받는 신천동 파크리오에 실수요자들이 몰렸고, '엘리트'의 경우 항상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받는 단지라 거래가 많았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도시정비사업이 예정된 단지들도 주목받았다. 가락동 '가락쌍용1차'와 문정동 '올림픽훼밀리'가 각각 10건 거래됐다. 잠실동 '주공아파트 5단지'도 8건 거래됐다. 가락동 '가락대림', 문정동 '문정시영'도 각각 7건씩 계약이 맺어졌다.
가락쌍용1차는 내년 사업계획 승인을 목표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1997년 준공한 아파트로 용적률이 343%다. 리모델링하기엔 최적의 단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공사는 쌍용건설 컨소시엄이다.
올림픽훼미리는 재건축사업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지정 결정안을 공람 공고 중이다. 결정안에 따르면 이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최고 26층, 6620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 단지는 1988년 준공됐는데 당시 서울 올림픽 당시 국제 올림픽 위원들과 참여 선수 가족들이 머물 수 있게 지어진 아파트다.
주공아파트 5단지도 관심이 많다. 잠실 한강 변에서 최고 65층, 6387가구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지난 6월 통합심의를 통과하고 모든 면적대가 4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이 단지 전용 82㎡는 지난 4일 44억7500만원에 거래돼 송파구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팔렸다.
이 밖에도 입주를 앞둔 신천동 '잠실르엘', 같은 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 새 아파트도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많다.

송파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올해 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5일장'이 열렸을 때처럼 거래가 폭발적인 것은 아니지만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꾸준히 거래가 맺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10·15 부동산 대책에도 송파구 거래가 많은 이유로 이번 규제의 타격이 크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이번 규제로 서울 전 지역이 규제지역이 됐지만 송파구를 포함한 강남구, 서초구, 용산구는 이전부터 규제받고 있었기 때문에 규제의 타격이 크지 않았다"며 "게다가 서초구와 강남구보다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실수요자들이 송파구로 몰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도시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단지들이 포진했다는 점, 신천동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점 등이 거래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했다.
송파구에 이어 거래가 많았던 지역 가운데 △노원구 132건 △성북구 129건 △강서구 117건 △동대문구 111건 등이 눈에 띈다. 이들 지역은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나온 대출 규제의 영향권에 벗어난 단지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단 설명이다. 10·15 대책에서는 15억원 이하 단지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두고 있다. 사실상 6·27 대책에서 수도권 주담대를 6억원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달라진 게 없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은 "이번에 규제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지역까지 선제적으로 묶지 않았느냐"며 "노원구나 성북구, 강서구 등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인식이 있고 대출 기준으로 봤을 때도 15억원 이하 단지들이 많다는 점에서 거래가 많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