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
입주장인데…"전셋값 5000만원 올릴게요" 돌변한 이유는
2025.11.11 13:08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입주를 앞두거나 시작하는 단지 전셋값이 연이어 상승하면서 '입주장에는 전셋값이 하락한다'는 통념이 무너지고 있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자이아이파크' 전용면적 59㎡ A 타입 한 전세 매물은 최근 3000만원 오른 6억원에 재등록됐다. 다른 매물도 5000만원가량 호가가 올랐다.
이 단지는 지난달까지 전세 매물 호가가 5억원대 중후반에 머물렀지만, 최근 집주인들이 가격을 6억원대로 높이고 있다.
이문동 A 공인중개 관계자는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전셋값이 다시 오르면서 가격을 높이는 분위기"라며 "집주인이 호가를 낮추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근 '휘경SK뷰' 전용 59㎡도 지난달에는 5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지만, 현재 최저 호가는 5억8000만원으로 5000만원 뛰었다. 6월 입주를 시작한 '휘경자이디센시아'도 입주 초기 전셋값은 4억원대까지 주저앉았지만, 최근엔 6억원대로 회복했다.
통상 신축 아파트의 첫 입주 시기에는 전세 물량이 대거 풀리면서 전셋값이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내려는 집주인이 많은 탓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 신축 아파트에서는 오히려 전셋값이 오르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6·27 대출 규제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하면서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내기 어려워졌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도 서울 전역으로 확대됐다.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는 만큼 신규 전세 물량이 급감하게 되고, 갱신 계약도 늘면서 자연스레 임대인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6069건으로, 연초 3만1814건 대비 18%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전국 전셋값이 1% 오를 것으로 내다봤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전셋값 전망치로 4% 상승을 제시했다.
서울의 내년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8984가구로, 올해 4만2684가구 대비 32.1% 줄어든다. 2027년에는 1만2988가구로 더욱 줄어들기에 공급 부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규제로 전세 매물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니, 가격이 내려가야 할 시점에도 오르는 것"이라며 "내년 입주 물량 감소와 보유세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상승 압력이 모두 임차인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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