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집값이 96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10·15 규제로 서울 집값 상승률이 매주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 집값이 상승 전환한 것이다.
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3일) 기준 지방 집값은 전주보다 0.01% 상승했다. 지방 집값은 2023년 11월 마지막주(27일)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후 2024년 5월 셋째 주(20일) 보합, 올해 9월 마지막주(29일)부터 지난달 마지막주(27일)까지 보합을 제외하고는 모두 내렸다. 사실상 상승세로 전환한 것은 99주 만이다.
울산 집값이 0.11%로 가장 많이 올랐다. 남구가 0.17%로 가장 많이 올랐는데 옥동과 달동에 있는 구축을 중심으로 가격이 뛰었다. 북구(0.14%)는 신천동과 중산동 위주로, 중구(0.07%)는 약사동과 복산동에서, 동구(0.06%)는 전하동과 방어동을 중심으로 뛰었다.
부산도 0.03% 상승했다. 수영구(0.17%)는 민락동, 광안동 중소형 규모 아파트에서 가격이 많이 뛰었고, 해운대구(0.16%)는 우동과 재송동을 중심으로, 동래구(0.08%)는 온천동과 사직동 위주로 뛰었다.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는 '해·수·동'으로 불리는 부산의 전통적인 부촌이다.
부산 부동산 시장에선 최근 "오랜 만에 서울 사람들이 차를 빌려 단체로 내려와 집을 보고 갔다"는 얘기가 많이 돌았다. 해운대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과거 규제 이후 지방으로도 원정투자가 있었지 않느냐"며 "예전처럼 활발하진 않지만 서울에서 투자자들이 내려왔다는 얘기는 들어봤다"고 했다.
다만 이런 훈풍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더 많다. 수영구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만약 지방 집값이 들썩이는 모습을 보이면 규제 지역으로 묶일까 걱정이 된다"며 "그렇지 않아도 핵심지를 정리하고 서울에 투자하려는 집주인들이 있는데 규제가 된다는 얘기가 돌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방 전셋값은 0.05% 상승했다. 5대 광역시 가운데 울산이 0.11%로 가장 많이 올랐다. 남구(0.16%)는 신정동과 선암동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북구(0.14%)는 명촌동과 화봉동 대단지 중심으로 올랐다.
부산 전셋값은 0.08% 올라 전주의 상승 폭을 유지했다. 해운대구(0.14%)와 동래구(0.14%), 연제구(0.11%) 등에서 전셋값이 올랐다. 세종은 0.36% 뛰어 전주(0.13%)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다정동 등 정주여건이 양호한 단지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상승했다.
한편 서울 집값은 0.19% 올라 전주(0.23%)보다 상승 폭을 더 줄였다. 동작구(0.43%), 송파구(0.43%), 강동구(0.35%), 성동구(0.29%), 마포구(0.23%) 등 서울 핵심지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셋값은 오름세다. 서울 전셋값은 0.15% 올라 전주(0.14%)보다 소폭 올랐다. 송파구(0.34%), 강동구(0.28%), 양천구(0.27%), 서초구(0.23%), 용산구(0.21%), 광진구(0.2%), 성동구(0.15%) 등에서 전셋값이 뛰고 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매수 문의와 거래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체결되면서 서울 집값은 여전히 오름세를 기록했다"며 "전셋값도 마찬가지로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곳을 중심으로 매물 부족 현상을 보이면서 뛰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