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삼중 규제’(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로 묶은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후 아파트값 오름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다만 경기 구리, 화성 동탄 등 규제에서 비켜난 지역에선 상승폭이 커지며 '풍선 효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전세 물건 부족 등으로 전셋값은 강세를 이어가는 추세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19% 상승했다. 지난주(0.23%)에 비해 오름폭이 줄었다.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후 2주 연속 상승세가 약해졌다. 그동안 아파트값이 빠르게 치솟던 ‘한강 벨트’ 지역이 조정 국면을 보인 영향이 크다. 성동구(0.37%→0.29%), 마포구(0.32%→0.23%), 광진구(0.20%→0.15%) 등 한강 벨트 대부분 오름폭이 줄었다.
아파트 거래량도 규제 확대 이후 급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5일까지 3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일 기준)는 1673건으로 집계됐다. 규제 시행 직전 3주간(9월 25일~10월 15일) 7916건과 비교해 78.9% 감소했다.
거래 급감 속에도 일부 단지는 신고가 사례가 나오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59㎡(12층)는 지난 1일 33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면적 과거 최고가보다 2억원 뛴 금액이다.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2단지' 전용 95㎡는 지난달 31일 31억원에 매매돼 신고가를 썼다. 이전 최고가보다 3억8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재건축 기대 등에 집값이 급등했던 성남 분당구(0.82%→0.59%)와 과천(0.58%→0.44%) 등도 상승세가 약해지고 있다. 분당구 수내동 A공인 대표는 “최근 아파트 매수, 매도 문의는 정말 하나도 없는 수준”이라며 “네이버 카카오 등 인근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의 전·월세 문의만 간간이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규제에서 비켜난 구리와 화성 등은 집값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구리 아파트값은 지난주 0.18% 오른 데 이어 이번주에도 0.52% 뛰었다. 화성도 같은 기간 0.13%에서 0.26%로 오름폭을 확대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대출이 더 가능하고, 입지가 양호한 구리 같은 비규제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강북권에 주로 있는 10억원 이하 아파트는 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줄면서 대출 가능 규모도 이전보다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주 0.15% 상승해 40주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주(0.14%)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올 들어 평균 0.05%를 유지하던 전셋값 주간 변동률은 정부가 추가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지난 9월 말부터 오름폭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전세 물건 부족이 이어져 전셋값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 송파(0.34%), 강동(0.28%), 양천(0.27%), 서초(0.23%), 용산(0.23%), 광진(0.20%) 등이 크게 올랐다. 송파와 강동은 올해 누적으로 각각 7.16%와 6.20%씩 뛰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2.71%와 0.87% 오른 것을 감안하면 상승폭이 대폭 확대된 것이다. 경기에서도 하남(0.47%), 성남 분당(0.39%), 수원 영통(0.28%) 등의 전셋값이 최근 급등세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세 물건은 주는데 수요는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구조가 돼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며 "매수를 희망했던 사람들도 자금 부담 등에 전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오유림/임근호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