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광범위한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에 따른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실수요자에 대한 사전심사를 최소화한다.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매수자를 대상으로는 심사 공무원의 재량 여지가 없이 사실상 ‘신고제’ 형태로 제도가 운용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일선 지방자치단체는 이 같은 내용의 토지거래허가 심사 방침을 조만간 구체화할 계획이다. 앞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전 지역과 경기 과천 광명 성남(분당·수정·중원) 수원(영통·장안·팔달) 안양(동안) 용인(수지) 의왕 하남 등 12개 지역이 대상이다.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신고 내용의 진실성 여부를 심사자가 따지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 비교적 협소한 지역에서 제도가 운용되면서 신청 단계에서 담당 지자체 공무원이 진실성과 실현 가능성 유무를 사전 검증해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제로 토지를 이용하는 수요자라면 법적으로 허가권자의 재량 없이 사실상 신고만으로 거래할 수 있다”며 “실거주 수요자는 허가 가능성을 두고 별다른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 심사의 기조 자체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와 달리 지나치게 넓은 지역에서 아파트를 소유했거나 매수하려는 사람이 규제 대상이 되면서 파급효과가 커졌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규제지역으로 묶인 시·군·구 인구는 1300만 명에 이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해제 가능성도 열려 있다. 부동산거래 신고법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사유가 없어진 경우 해제가 가능하고, 지정 기간에도 해당 지자체의 해제 요청을 받도록 규정한다. 재산권 침해 가능성이 큰 제도여서 지정 후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해제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광범위한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이상 행정 측면에서도 신고의 진실의무를 신청자에게 일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구 단위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올해 3월 24일 이후 강남구에 접수된 1242건 중 허가를 받지 못한 사례는 미국인의 아파트 구매와 복지시설용 구매 등 두 건에 불과했다. 사실상 허가 확률이 99%에 달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