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 임대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의 우려에 대해 "악의적 왜곡"이라며 입법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거권 운동가 등이 함께 나선 기자회견장에서는 '아파트 전세 거주자를 걱정해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비칠 수 있는 발언까지 나왔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법안이 임차인 보호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전세 사기 피해자, 주거권 운동가들과 개정안을 만들었다"며 임대차법 개정안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현행 2년인 임대차 계약 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갱신청구권을 두 차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임대차법 개정안에 대해 "세입자가 감당할 수 있는 임대료로 장기간 거주하는 것이 주거 안정의 핵심"이라며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이라는 교육제도를 감안해 계약 기간을 3년 단위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는 "다른 조항은 무시하고 특정 조항만 부각해 문제를 왜곡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악의적으로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 대표는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임대차 기간이 무제한"이라며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세입자 보호가 초보적인 수준이고 계약갱신권과 임대료 상한제를 무너뜨리려는 투기 세력의 온갖 시도 역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세입자가 대항력을 갖추는 시점을 입주 다음날 0시에서 당일 0시로 바꿔 임대인이 선순위를 조작하지 못하도록 방지하고 임대인이 매매에 나설 경우 임차인이 이의제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절차를 규정했다"며 "임차인이 임차권 등기를 하면 경매 청구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소액임차인 기준일과 최우선 변제금 기준일을 최후 계약일로 바꾸는 내용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장에서는 아파트 전세를 걱정할 필요 없다거나 계약갱신권 확대에 대한 비판이 근거 없는 공격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 대표에 이어 발언에 나선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의 이철빈 공동위원장은 "비아파트 시장은 이미 완전한 월세화가 되었기에 '전세의 월세화'는 철 지난 소리"라며 "고가인 아파트 전세만 걱정하지 말고 (비아파트에 거주하는) 청년과 신혼부부가 마주한 전세 사기 공포와 월세 폭등을 조명하라"고 요구했다.
빈곤사회연대의 이원호 집행위원장도 "갱신권 확대는 점유의 안정성이라는 세입자 권리의 핵심이지만, 일부 보수세력이 근거 없이 공격하고 있다"며 "현행 1회 갱신권만으론 세입자 점유의 안정성이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국토부 주거실태 조사에서도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다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국회 입법예고시스템에는 해당 개정안에 대해 3만7882건의 의견이 달렸는데 86.5%에 해당하는 3만2752건이 반대 의사를 담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도 갱신청구권 확대는 임대시장 공급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 수렴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해당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시장을 거스르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비판했고, 여당도 해당 법안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최고위원회의에서 "3+3+3 임대차보호법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로 시장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민주당의 기본 방향과도 거리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