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반포동 초고가 단지 '래미안트리니원'이 이달 일반 분양에 나선다. 분양가격이 최고 27억원에 달하지만, 인근 시세가 60억원을 웃도는 만큼 '30억 로또 청약'으로 불린다. 그러나 대출 규제가 강화하면서 중산층의 접근 가능성이 차단된 만큼 현금 부자들만의 잔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래미안트리니원은 지난달 31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분양 일정에 돌입했다.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면적 59㎡와 84㎡ 총 506가구로, 분양가는 전용 59㎡가 20억600만~21억3100만원, 전용 84㎡가 26억8400만~27억4900만원이다.
3.3㎡(평)당 가격은 평균 8484만원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단지 가운데 역대 최고가이지만, 인근 시세와 비교하면 반값이다. 인근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는 지난달 65억1000만원(4층),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 9월 56억원(9층)에 실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전용 84㎡ 기준 최소 30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현금 동원력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중산층 실수요자의 진입장벽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가능액은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이 최대 6억원, 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제한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로 받을 수 있는 잔금 대출은 2억원에 그친다. 당첨되더라도 최소 25억원, 옵션과 세금 등을 감안하면 30억원은 보유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래미안트리니원은 내년 8월 입주하는 후분양 단지이기에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10개월 이내에 모두 납부해야 한다. 현금 부자가 아니라면 접근 자체가 어려운 셈이다. 과거에는 현금이 부족하더라도 전세 세입자를 들여 보증금으로 잔금을 낼 수 있었지만, 이 역시 6·27 대출 규제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이 금지되면서 사실상 막혔다.
지난해 인근에서 분양해 '20억 로또'로 시장을 달궜던 '래미안원펜타스' 전용 84㎡ 분양가는 23억원에 달했지만,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낼 수 있어 10억원 안팎의 현금으로도 분양받을 수 있었다. 그랬기에 1순위 청약에서 178가구 모집에 9만3864명이 신청해 52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포동의 A 공인중개 관계자는 "예전에 로또 청약이라고 하면 현금이 부족한 중산층도 대거 뛰어들었다"며 "계약금만 마련할 수 있다면 이후로는 대출과 전세 보증금으로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관련 문의가 넘쳐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로또 청약이 중산층에게도 자산 증식의 기회를 주는 진짜 로또였지만, 이제는 현금 부자가 아니라면 뛰어들 수 없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청약 조건도 까다롭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초구에서 진행되는 만큼 전매제한 3년, 실거주 의무 3년이 부과된다. 1순위 청약은 무주택 세대주만 가능하고, 전용 85㎡ 이하 물량의 70%가 가점제로 배정돼 가점이 낮은 청년층·신혼부부는 사실상 당첨이 어렵다.

중산층 진입 기회가 막힌 래미안트리니원은 향후 가치 상승도 예상된다.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과 직접 연결됐고 세화고·세화여고 등 명문 학군과 대형 병원, 백화점, 한강공원 등이 인접했다. 래미안원베일리, 래미안원펜타스, '래미안퍼스티지' 등 인근 단지와 함께 총 8000여 가구 규모의 래미안 브랜드 타운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정부 규제로 인해 프리미엄이 예상되는 '반값 분양' 단지를 현금 부자가 독식하는 구조가 고착하면서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인해 최소 25억원 넘는 현금을 보유한 자산가만 청약을 넣을 수 있다"며 "청약 시장에서 중산층 실수요자가 밀려나고 현금 부자만의 잔치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한편 래미안트리니원은 내년 8월 입주할 예정이다. 청약홈에 따르면 특별공급은 오는 10일, 1순위는 11일 접수에 나선다. 당첨자는 19일 발표된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