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면서 집을 두 번 살 일이 있을까요. 요즘 같으면 한 번도 겨우 살 것 같은데 처음 살 때 잘 사야죠."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집을 사려고 마음먹은 실수요자들의 구매 패턴이 바뀌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부동산 컨설팅을 하는 한 전문가는 "요즘 집을 사기 위해 상담받는 실수요자들과 얘기하다 보면 뚜렷한 특징이 하나 있다"며 "서울만 놓고 얘기를 해보자면 입지를 선택할 때 아예 중급지 이상을 본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과거엔 경기도나 인천, 혹은 서울 외곽에서 시작해 차근차근 집을 넓혀가면서 서울 중심으로 모여드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엔 아예 한강 벨트와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길 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수요자들의 심리를 보면 알 수 있듯 시장에서는 양극화 현상을 넘어 '초양극화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KB부동산이 발표하는 월간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10월 서울 5분위(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33억4409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들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 5월 30억원을 처음 넘어섰고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5개월 만에 3억원 이상이 올랐습니다.
반면 하위 20%인 1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4억9546만원이었습니다. 이전엔 5억원을 넘기도 했던 이들 아파트 평균 가격은 2022년 하반기부터 내려가기 시작해 지난해 1월 4억9913만원으로 5억원을 밑돌기 시작하더니 22개월 연속 4억원대에 멈춰있습니다.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이 벌어지면서 이들 아파트의 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도 커지고 있습니다. 상위 20% 아파트 가격을 하위 20% 가격으로 나눈 값인 5분위 배율은 6.8을 기록했습니다.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저가 아파트 7가구를 팔아야 고가 아파트 한 가구를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서울 내에서 집값 양극화가 심화했단 뜻입니다.
집값 양극화가 심화한 것은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의 영향이 큽니다. 이전 정부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이어지면서입니다. 향후 집을 가지고 있는데 따른 보유세까지 강화한다면 '똘똘한 한 채' 영향은 더욱 심화할 것입니다.
이번 정부 들어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진 점도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게 하는 이유입니다. 경기, 인천, 서울 외곽 등은 상대적으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입니다. 대출받지 않고는 집을 사기 어렵단 의미입니다. 반대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비롯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핵심지는 외곽 지역보다 대출 의존도가 낮습니다. '현금 부자'들이 거래를 이어가면서 핵심지 집값은 지속 상승하는 반면 외곽 지역에선 거래 절벽이 이어지면서 가격이 정체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똘똘한 한 채', '양극화' 등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결국 각종 규제가 시장에 반영되며 나타난 결과물이라고 보면 된다"며 "현 부동산 시장은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라 규제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양극화 현상 역시 시장 왜곡에 따라 나타났다고 생각한다"며 "기존에 있던 규제가 확 풀리지 않는 이상은 시장에 나타난 각종 현상도 쉽게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