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3중 규제'(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로 묶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시행된 뒤 그동안 강세를 이어온 아파트 매수 심리가 2개월여 만에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수급 동향에 따르면 10월 넷째주(10월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수급 지수는 직전 주(105.4) 대비 2.2포인트 내린 103.2로 나타났다. 지난 8월18일(99.1) 후 처음 하락 전환했다.
매매 수급 지수는 매도와 매수 수요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시장에서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다('매도 수요' 우위)는 의미이고, 200에 가까울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다('매수 수요' 우위)는 뜻이다.
지난 6월까지 가파르게 오르던 서울 매매 수급 지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담은 '6·27 부동산 대책' 시행 후 꺾여 한때 100 아래로 떨어졌다가 9월과 10월 두 달에 걸쳐 반등했다. 그러다 10·15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가 16일부터 확대 적용되고, 20일부터는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적용되자 9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10·15 대책으로 규제지역에서 무주택자와 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는 종전 70%에서 40%로 낮아졌다.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담대 한도는 2억∼4억원으로 감소하는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 동시에 토허구역 지정으로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여돼 갭투자(전세 낀 주택 구입)도 불가능해졌다.
매수 심리 위축은 강남권보다 강북권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10월27일 기준 강북권역 매매 수급 지수는 101.6으로 직전 주(104.8) 대비 3.2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강남권역은 106.0에서 104.7로 1.3포인트 낮아져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강북권에서는 도심권(종로구·중구·용산구)이 115.0에서 109.3으로 5.7포인트 하락했고, 마포구가 포함된 서북권은 같은 기간 107.7에서 104.9로 2.8포인트 낮아졌다. 그동안 과열 양상을 보인 지역(성동·광진구)과 집값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지역(노원·도봉·강북구 등)을 모두 아우르는 동북권은 101.8에서 99.0으로 떨어져 매수 우위에서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강남권역은 핵심 지역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가 전부터 이미 규제로 묶여 있었고, 대출 규제 영향을 덜 받는 현금 보유자가 많다. 하지만 강북권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실수요 비중이 강남보다 상대적으로 커 심리 위축이 더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강북권은 실수요 중심 시장이고, 강남권과 비교하면 현금 여력이 풍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어 대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10·15 대책 시행으로 규제지역에 포함되면서 대출 가능 금액이 많이 줄어든 점이 수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 위축과 더불어 토허구역 지정에 따른 갭투자 차단으로 매물이 줄어드는 현상도 10·15 대책 이후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물량은 10·15 대책 발표일인 지난달 15일 7만4044건에서 이날 6만3178건으로 1만326건(13.9%) 감소했다.